'금사월' 전인화, 막장 전개도 삼킨 관록의 연기력 [종영①]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가늠치 못할 캐릭터의 활약을 30년차 연기 내공으로 껴안은 이가 있다. 바로 배우 전인화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이재진 이하 '금사월')이 강도 높은 악행, 공감하기 어려운 복수전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지만 전인화가 연기와 아우라로 극 안에서 활개를 펼치며 몰입감을 이끌었다.

전인화가 연기한 인물은 극의 구심점이었던 신득예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키를 쥔 그는 금사월(백진희)의 생모이면서 찬빈(윤현민)을 길러준 호적상 엄마다. 그리고 25년 간 칼을 갈게 한 복수의 주인공 강만후(손창민)의 부인이다.

신득예가 품위 있고 사려 깊은 현모양처라면 1인 2역으로 도전한 헤더신은 복수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 가발에 안경, 휠체어까지 타고 다니며 동분서주했고, 답답한 전개를 뚫는 사이다 활약을 펼친 것도 그가 유일했다. 물론 이 설득력 없는 설정조차 강인하고 절도 있는 연기로 기꺼이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복수를 그리는 과정에서 신득예는 딸의 행복도 빼앗는 비정한 선택을 해야 했다. 친딸 사월과 찬빈의 결혼식을 망치며 자신의 목표를 본격화 한 것. 방향성을 잃은 설정 때문에 연기적 흔들림을 맞닥뜨릴 수 있었지만 제자리를 지켜낸 것도 온전히 배우 전인화의 몫이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신득예 그리고 헤더신이라는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한 전인화는 시청자들로부터 '갓득예'라는 찬사의 수식어를 받으며 중년 배우의 저력을 충분히 과시했다. 피로도 높은 극의 설정은 베테랑 연기자 조차 힘에 부치지만 전인화는 뇌리에 남을 연기로 시청자가 보내준 성원에 보답했다. 지난해 연말, 유력 대상 후보로 점쳐진 이유이기도 하다.

최종화에서 신득예는 딸 금사월과 완벽하게 화해했고 강찬빈 역시 득예의 아들로서 그의 곁을 지켰다. 사월에게 "고맙다 사월아. 내 딸로 태어나줘서. 넌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야"라는 말을 건넸는데 졸속으로 이뤄진 해피엔딩이지만 죽음도 불사하며 이루고 싶었던 꿈의 결말을 결국 이룰 수 있게 됐다.

[사진 = MBC 제공, MBC 방송 화면 캡처]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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