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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저 아이돌 아니에요. 헤헤."
신인 걸그룹 멤버가 아니었다. MBC 드라마 '엄마'에서 엄마 정애(차화연)의 말도 안 듣고 의대를 때려치우더니 연예인 되겠다고 떼쓰던 철부지 막내 딸. 하지만 엄마의 행복을 위해선 뜨겁게 눈물 흘릴 줄 아는 속 깊은 막내 딸 민지.
발랄한 목소리에 커다란 눈망울, 능숙한 춤 솜씨와 예쁜 외모 때문에 '신인 걸그룹 멤버인가' 싶었는데,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보고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당찬 목소리의 신인 연기자, 최예슬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발레를 배웠어요. 그런데 클래식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고, '커피 프린스'를 보다가 '아, 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에서 연기한 민지처럼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소속사에선 걸그룹으로 데뷔시킬 요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데뷔는 1년, 2년 점점 미뤄졌다. 연습생 기간만 5년. 그럼에도 '궁'이 좋아 신채경을 따라 하고 다니던 순수한 시절. 세월은 흘러도 마음 한 편에 새겨둔 배우의 꿈은 더 선명해진 시절이다.
"고등학교 때 전학을 갔는데, 그때는 제가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빠져 있을 때였어요. 어설프게 금잔디 흉내를 내고 다녔다가 또래 여학생들한테 괴롭힘 당한 적도 있었죠. 그때 송민호랑 블락비 피오가 절 많이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전학 온 애가 괴롭힘 당하니까 불쌍했나 봐요. 하하."
우연히 찾아온 뮤지컬의 기회는 긴 연습생 기간의 빛이 됐다. 게다가 그토록 좋아하던 드라마 '궁' 뮤지컬 여주인공이라니. 연기 경험 전무한 최예슬이 캐스팅된 건 세자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 평범한 여고생 신채경처럼 꾸밈 없는 풋풋한 모습 때문이었다.
"오디션도 교복 입고 갔어요. 오디션에는 뭘 입고 가야 하는 건지도 몰랐거든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무엄하다!' 이러는 모습이 채경과 비슷하게 보이셨나 봐요. 근데 진짜 많이 혼나면서 배웠어요. 그때는 먹을 걸 너무 좋아해서 젖살도 많았던 시절이에요."
'궁'에 들어가 체험한 연기는 전율이었다. 이제 배우의 길로 거침없이 질주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드라마에 캐스팅돼서 대본 리딩을 밤새 준비해서 갔더니 다른 배우 분이 대본을 보며 저랑 같은 배역에 동그라미 치면서 준비하시는 거예요. '어?' 그때 감독님이 '다 챙겨서 나와' 하시더라고요. '미안하다' 하셨어요. 너무 창피했죠. 엄마, 아빠한테도 미안하고요. 잔뜩 기대감만 부풀려 놓고…."
그래도 늘 웃는 긍정적인 성격으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앵그리맘'을 거쳐 '엄마'까지 왔다. 이번에는 촬영하기 전까지 부모님께 비밀로 하긴 했어도 '엄마'는 당당하게 꿰찬 데뷔 후 가장 큰 역할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베테랑 선배들과의 연기에 감독에게 혼날 때도 있어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지만 반면에 "가장 행복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선배 장서희는 막내딸을 연기하는 까마득한 후배 최예슬에게 먼저 문자메시지도 보내 '슬아, 기죽지 말고 오기 가지고 열심히 잘해. 파이팅!' 하고 격려했다. 장서희의 문자 하나가 최예슬에게는 버팀목이었다.
"처음에는 많이 혼나면서 배웠던 작품이에요. 힘들 때도 있었죠. 하지만 그걸 잘 극복하고 견뎌내서 보람도 느꼈어요. 선배님들도 정말 많이 챙겨주셔서 진짜 고마웠고요. '엄마'는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예요. 이 가족들과 선생님들 모두요."
예슬. '예쁘고 슬기롭게'란 뜻의 한글이름이다. 이름처럼 이 겁 없는 예쁜 신인이 앞으로 배우의 길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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