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잭슨이 한 말이 정답이야."
모비스와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 KBL 최고가드 양동근과 단신 테크니션 조 잭슨의 매치업이 핵심이다. 이 매치업의 결말이 시리즈 전체 결말을 좌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규시즌 맞대결서도 두 간판가드의 매치업 결과가 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잭슨은 6강 플레이오프 3경기를 통해 KBL 플레이오프 분위기를 익혔다. 일주일간 쉬고 최상의 몸 상태로 4강 플레이오프에 임한다. 젊은 만큼 체력은 문제 없다. 실전감각도 살아있다. 반면 양동근은 갈비뼈 통증으로 정규시즌 종료 후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정신력이 뛰어난 만큼, 경기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듯하다. 타고난 승부사다.
▲전혀 다른 스타일
두 사람의 스타일은 다르다. 양동근은 화려하지 않다.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한다. 팀 퍼스트 마인드를 지녔다. 승부처에선 엄청난 응집력을 발휘한다. KBL을 대표하는 패서이자, KBL을 대표하는 해결사. 스크린을 받고 빠른 타이밍에 올라가는 미드레인지 점퍼는 KBL 최고 수준. 경기 막판 양동근의 결정적 득점으로 모비스가 이긴 케이스가 많다. 유재학 감독은 "그게 우리의 약점"이라고 말한다. 승부처에서 양동근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상대는 알고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다. 그만큼 양동근을 제어하는 건 쉽지 않다.
조 잭슨은 화려하다. 유연한 체인지 오브 디렉션 드리블이 돋보인다. 돌파 방향도 자유자재다. 순간 스피드와 탄력이 탁월하다. 수비수 1~2명을 가볍게 벗겨낸다. 오리온 특유의 얼리오펜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 돌파에 비하면 돋보이지 않지만, 외곽슛 테크닉도 나쁘지 않다. 상대의 강한 압박, 심판의 두서 없는 파울 콜에 흥분할 경우 드리블이 길어지고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약점은 있다. 드리블을 좋아하는 특성상 지역방어 공략에 여전히 취약하다. 이런 부분들이 오리온의 승패를 뒤바꾼 적이 많았다. 그러나 시즌 막판 드리블을 줄이고 애런 헤인즈와 국내선수들을 살리는 플레이가 좋아졌다. KBL 적응완료와 함께 경기력이 정점에 오른 잭슨을 막는 건 쉽지 않다.
▲봉쇄법
유재학 감독과 추일승 감독은 KBL을 대표하는 지략가다. 풍부한 실전 경험과 전술, 이론에 해박하다. 두 감독 모두 양동근과 잭슨을 봉쇄하기 위해 많은 전술을 들고 나왔고, 이번에도 기대된다. 두 사람을 막아야 상대 공격 밸런스를 깨트릴 수 있다.
모비스는 정규시즌 내내 아이라 클라크, 커스버트 빅터, 함지훈으로 이어지는 골밑 공간활용이 원활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막판 전면강압수비로 수비 움직임을 끌어올리면서 자연스럽게 공격에서의 움직임과 적극성마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문제가 완벽히 해결된 건 아니다. 오리온으로선 양동근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 모비스의 이 문제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어쨌든 모비스 골밑 공격의 출발점도 양동근이기 때문. 반면 오리온은 상대적으로 공격할 때 포인트가드에 대한 의존도는 낮다. 대부분 선수가 볼 배급이 가능하고, 볼 없는 움직임이 좋다. 하지만, 잭슨이 막히면 순간적으로 팀 공격의 밸런스가 깨질 위험성이 있다. 특히 잭슨 비중이 높은 2~3쿼터가 그렇다.
두 팀은 스위치 디펜스를 잘한다. 상대의 스크린에 걸릴 때 스위치를 해도 상대에 미스매치를 허용할 확률이 떨어진다. 장신자가 많기 때문. 설령 미스매치가 되더라도 도움수비와 로테이션 시스템이 좋다. 그래서 두 감독 모두 양동근과 잭슨에게 순간적으로 스위치를 통해 장신자를 수비수로 붙이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래도 양동근과 잭슨의 신장이 크지 않으니 장신자가 마크맨으로 붙으면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전술. 실제 나름대로 효과도 봤다. 앞선에서 움직이는 양동근, 잭슨의 특성상 더블 팀이 사실상 쉽지 않다. 스위치를 통해 장신자를 순간적으로 매치업시키는 전술은 이번 4강 플레이오프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모비스의 경우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서 전면강압수비로 잭슨의 실책과 평정심 붕괴를 유도, 대성공을 거뒀다. 유재학 감독은 "전면강압수비는 계속 쓸 것"이라고 했다. 잭슨이 또 당하느냐에 따라 시리즈 향방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또한, 유 감독은 "잭슨은 여전히 지역방어에 취약하다"라고 했다. 패스게임과 3점포에 능한 오리온을 상대로 지역방어는 위험하다. 그러나 기습적으로 꺼내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만수의 시선
유 감독은 "3차전(오리온-동부 6강 플레이오프) 후 인터뷰를 쭉 봤다. 잭슨이 맞는 말을 했다"라고 했다. 당시 잭슨은 양동근과의 매치업에 대해 "나와 양동근의 대결이 아닌 오리온과 모비스의 맞대결"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그게 맞는 말이다"라고 했다. 추 감독 역시 "모비스는 특정 선수 1~2명에 집중하기보다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유 감독이 양동근과 잭슨의 매치업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건 이해가 된다. 그는 "잭슨이 개인기로 뭘 어떻게 하는 것보다 잭슨에게서 파생되는 공격이 무섭다"라고 했다. 실제 오리온을 상대할 때 특정 선수 1명 마크에 집중하다 미스매치에 의해 나머지 선수들의 소나기 슛에 당하는 경우가 생긴다. 볼 없는 움직임과 연계플레이에 능한 팀이다. 유 감독은 잭슨에게 집중하는 것 이상으로 전체적인 수비밸런스를 공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응집력과 상대 분석이 철저한 플레이오프 특성상 승부는 의외의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있다. 유 감독의 시선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예를 들어 모비스는 정규시즌서 오리온을 눌렀을 때 골밑 매치업 우위를 극대화, 패스 아웃을 통해 전준범과 송창용의 외곽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점에서 오리온은 매치업에서 밀리는 모비스 골밑에 대한 수비시스템(더블 팀과 로테이션)을 공고히 하는 게 양동근 수비만큼 중요하다.
[양동근과 잭슨(위), 양동근(가운데), 잭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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