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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공격적이면서, 이타적인 마인드를 지닌 외국선수를 찾겠다."
2015년 봄 임근배 감독 부임과 동시에 리빌딩을 선언한 삼성생명. 고아라, 박하나, 배혜윤 위주의 공수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팀의 주축으로 뛰어본 경력이 짧다. 공수 테크닉의 노련미가 떨어진다. 경기력의 심한 기복으로 이어졌다. 이미선의 출전시간이 줄어들면서 팀 경기력마저 덩달아 불안정했다.
올 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임 감독은 "세 선수는 분명히 성장했다.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은 사라졌다. 경험도 할 만큼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시즌에는 올 시즌에 했던 실수를 보완해야 한다"라고 했다. (왜 고아라, 박하나, 배혜윤 위주의 리빌딩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팀의 미래와 개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볼 때, 세 사람을 축으로 삼은 임 감독의 결정은 옳다는 게 농구관계자들의 평가다. 삼성생명에서 세 사람보다 잠재력이 높은 젊은 선수들은 없다)
삼성생명 리빌딩은 계속된다. 그러나 임 감독은 두 가지 변화를 시사했다. 리빌딩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팀 시스템을 좀 더 안정화시키면서 성적까지 잡고자 하는 연구 끝에 내린 결정이다. 그 속에 과제와 고민이 있다.
▲외국선수 스타일 변화
임 감독은 올 시즌 메인 외국선수로 키아 스톡스를 기용했다. 스톡스는 대다수 KBL, WKBL 구단이 선호하는 메인 외국선수 스타일과는 다르다. 공격형 빅맨 혹은 포워드형 스코어러가 아닌 수비형 빅맨. 스톡스 중심으로 수비조직력을 구축하고, 국내선수들에게 공격 중심을 맡겨야 리빌딩의 성과가 나온다는 게 임 감독의 결론. 많은 농구관계자가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
부작용이 있었다. 삼성생명 젊은 국내선수들은 공격력만큼이나 수비력도 부족하다. 그리고 외국선수는 WKBL 규정에 따라 재계약이 불가능하다. 결국 리빌딩의 진정한 성공은 국내선수들의 균형 잡힌 공수 테크닉 성장이다.
임 감독은 "스톡스 중심으로 수비조직력을 짜면서 국내선수들이 스톡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비 시즌에 개개인의 수비력 향상에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했다. 그 결과 임 감독은 "득점력을 갖췄으면서 이타적인 마인드를 가진 외국선수를 찾겠다"라고 했다. 다음 시즌에는 올 시즌보다 외국선수에게 공격 롤을 좀 더 많이 부여한다. 그러면서 국내선수들의 수비력을 끌어올린다. 자연스럽게 승부처에서의 안정감을 높이겠다는 구상. 실제 삼성생명은 올 시즌 절체절명의 승부처서 해결사 부재로 수 많은 경기를 놓쳤다.
'이타적인'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임 감독은 "외국선수가 국내선수들의 공격 역량도 살려줬으면 한다"라고 했다. 나 홀로 플레이를 하는 외국선수가 들어오면 또 다시 국내선수들이 외국선수에게 공격 찬스를 미루고, 의존하는 악습이 살아난다. 그러면 리빌딩은 무너진다는 계산. 자신이 모비스 코치시절 함께했던 크리스 윌리엄스 같은 외국선수를 찾아보겠다는 의지다. 윌리엄스는 득점력과 어시스트 능력을 동시에 갖췄고, 승부처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모습으로 호평 받았다. 이 부분은 비 시즌 임 감독의 또 다른 과제다.
▲이미선 거취
올 시즌 초반 임 감독은 이미선 출전시간을 크게 줄였다. 10~15분 정도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 팀 경기력 기복이 심하자 그의 출전시간을 약간 늘렸고, 국내선수들의 역량을 키우면서 팀 경기력도 끌어올리는 성과를 봤다. 이미선 역시 "시즌 초반에는 농구가 재미없었는데, 조금씩 적응해나가면서 다시 재미를 찾았다"라고 돌아봤다.
이미선은 올 시즌 종료와 동시에 삼성생명과의 계약이 끝났다. FA다. 만 37세의 포인트가드. 이미선의 현역 은퇴시점은 그와 삼성생명 모두에 아주 중요한 문제다. FA지만, 타 팀에 가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여자농구판에 많지 않은 '원 클럽 우먼'이다. 이미선이 현역 연장을 선택한다면 삼성생명은 무조건 재계약한다. 구단과 이미선 모두 공감대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여전히 이미선의 품격이 다른 기량이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리빌딩을 위해 이미선의 감초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입증됐다. 잔부상이 있지만, 여전히 20분 정도는 거뜬히 소화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선 이미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어차피 리빌딩의 완성은 이미선 없이도 잘 돌아가는 시스템 장착. 그렇다면 FA가 된 지금 현역에서 물러나는 게 깔끔하다는 지적에도 신빙성이 있다.
그런데 이미선은 한국 여자농구 레전드다. 누구도 그의 거취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이미선 정도의 레전드라면 자신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구단도, 임 감독도 동의하는 부분. 삼성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임 감독과 이미선은 시즌 후 면담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구단과 임 감독은 이미선의 의사를 무조건 존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선은 "2년 전부터 은퇴 여부를 고민해왔다. 올 시즌에는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바뀐 상황에 대해 적응하면서 다음 시즌에는 조력자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매일 생각이 왔다갔다한다"라고 했다. 분명한 건 이미선의 거취가 삼성생명의 리빌딩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 만약 이미선이 은퇴를 선택할 경우 삼성생명 리빌딩 시스템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삼성생명 선수들(위), 이미선(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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