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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죄송해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배우 송하윤(30)은 꽤 자그마했다.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거대한 불사신처럼 되살아놔 오혜상(박세영)을 단죄하던 오월이다.
오월은 "내가 살아있는 한 넌 어딜 가든 지옥일 거야!" 하고 매섭게 노려봤지만, 송하윤은 여러 명의 기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질문에 영 대답 못하고 머뭇거렸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물어도 뜸들이다 겨우 "아뇨. 실감 못했어요" 하고 짧게 말했을 뿐이다.
뒤늦게 얼었던 입이 풀렸는지 인터뷰 후반 "아마 마트 한 번 가면 인기를 실감할 것"이라고 건네자 "아, 맞아요! 아주머니 분들이 '내 딸, 금사월' 촬영할 때 마트에 가니까 빵, 과자를 찔러주시면서 '힘들지?' 그러셨어요" 하고 오월이처럼 웃는다.
원래 '김별'이란 이름으로 오래 활동했다.
이름을 바꾼 건 "체구도 작고 풍기는 느낌도 어린데, '별이'란 이름까지 강아지 이름 같아서"란 이유다. 지금의 이름은 전 소속사에서 이별 전 마지막 선물로 지어준 것이다.
1986년생. 예전에는 동안이 콤플렉스였을 정도다. 2003년 데뷔. 무명시절은 퍽 길었다. 이 탓에 '실제보다 더 많은데, 나이를 속였다'란 소문도 현장에 떠돌았다. 슬쩍 물었더니 송하윤은 "정말 그런 얘기가 있어요?" 하고 큰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저 민증 깔 수 있어요!" 하고 홍도처럼 펄쩍 뛴다.
지금의 소속사는 JYP엔터테인먼트.
"JYP에 들어온 지 3년"이란 송하윤은 "그동안 일주일 이상 쉬어본 적 없어요" 하고 행복한 투정을 부렸다. '내 딸, 금사월' 종영 무렵 박진영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하윤아, 고생했다"란 칭찬이 돌아왔다. 평소 연기 조언은 하지 않는다는 박진영이다. 다만 칭찬과 함께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란 말도 따라왔다.
송하윤은 자신이 느낀 JYP엔터테인먼트를 "이거 말해도 되나?" 하고선 "공과 사가 뚜렷한데 가족적인 느낌?"이라고 했다.
그래서 현재 남자친구 없고, 마지막 연애는 지난해, 이상형은 "묘하게 끌리는 사람. 못생겼는데 계속 시선이 가는 사람"이라고 솔직히 말하던 송하윤도 JYP 안에서 이상형을 묻자 "우린 가족이에요" 하며 '공과 사'를 뚜렷하게 긋는다.
송하윤을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내 딸, 금사월' 캐스팅 당시만 해도 송하윤보다 더 억척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송하윤을 믿은 게 김순옥 작가다.
송하윤은 김 작가를 "연기자로서 제 또 다른 인생을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했다. 막장 논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고 그냥 웃어버린다. "제 역할에 맞게 잘산 것 밖에 없어요. 어떻게든 대본을 납득하고 잘해야 하니까" 한다. "'감사합니다'란 말로는 안 채워져요." 송하윤이 김 작가는 물론 제작진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반성하고 배웠다는 송하윤.
'대본을 못 외워온 적도 있다더라'고 묻자 "촬영장에서 머리가 백지가 될 때가 있어요. 절대 안 외워오거나 할 순 없어요. 짧은 대사도 감정이 많은 캐릭터라서, 그 정도로 어려운 캐릭터였죠" 했다. 그러더니 "다 제가 부족한 거죠"라고 작게 속삭인다.
하윤은 여름 하(昰), 햇빛 윤(昀)이다. 여름 햇빛. 이제 곧 그 계절이 온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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