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녕 막을 수 없는 괴물인가.
안드레 에밋(191cm) 봉쇄법. KCC를 제외한 9개 구단이 시즌 내내 고민했다. 하지만, 끝내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시즌 중반 이후 에밋이 KBL과 각 구단 수비수들을 파악하면서 위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에밋은 변칙적이면서 부드러운 스텝, 다양한 페이크 테크닉, 지능적인 몸싸움을 앞세워 수비수 1~2명을 가볍게 따돌린다. 특히 상체의 힘으로 수비수를 밀고 들어가면서 순간적으로 공간을 만든 뒤 재빨리 슛과 패스를 선택한다. 손이 아닌 몸으로 밀고 들어가기 때문에 공격자 파울보다는 KBL 특유의 잦은 수비자 파울 콜 유도에 능하다. 득점 욕심이 강하지만,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도 수준급이다.
그나마 슈팅테크닉이 불완전한 편이다. 정상급 슈터에 비해 공을 잡은 뒤 슛으로 올라가는 타이밍이 약간 느리다. 각 팀들은 약속한 듯 1~2발 떨어져서 돌파와 연계플레이 봉쇄에 주력하는 새깅디펜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에밋의 3점슛 적중률은 많이 올라갔다. 심지어 그의 결정적인 외곽슛으로 KCC가 이긴 게임도 있었다. 결국 KBL 레벨에서 에밋을 정상적으로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였다. KCC와 KGC의 4강 플레이오프 역시 KGC가 이 부분을 뒤엎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작전명 오세근
KGC 김승기 감독은 6일 4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당시 오세근에게 에밋 수비를 맡길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든 에밋의 득점을 떨어뜨려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의 판단 속에는 에밋을 어느 정도 풀어주고 나머지 선수들을 꽁꽁 막는 게 쉽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KCC는 김태술, 전태풍, 하승진, 허버트 힐, 김효범, 김민구 등 기술자와 슈터, 정상급 빅맨을 고루 보유했다. 이들 모두 완벽하게 막는다는 보장이 없다.
1차전이 시작하자 김 감독의 말대로 오세근이 에밋을 막았다. 오세근은 파워와 스피드를 동시에 갖춘 빅맨. 우람한 상체를 지니고 있어 에밋과의 몸싸움에서 쉽게 밀려나지는 않는다. 신장도 에밋보다 9cm 크다. 여러모로 에밋으로선 부담스러운 수비수. 김 감독은 마리오 리틀, 양희종이 에밋을 막는 B플랜도 갖고 있었다. 오세근의 몸 상태, 운동능력이 여전히 100%는 아니기 때문이다.
▲처절한 실패
김 감독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였다. 일단 오세근이 에밋에게 바짝 붙어 몸싸움을 하면서 에밋의 밸런스를 뒤흔든다. 그리고 원 카운트(공격수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또 다른 수비수)에 도움수비와 로테이션으로 대응했다. 재빨리 더블 팀에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에밋이 공을 잡자마자 오세근과 로드가 더블 팀을 했다. 슛, 패스, 드리블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도. 하지만, 에밋은 개인기를 활용했다. 수비수 2명을 여유있게 벗겨내거나 동료들을 활용, 이중수비를 무력화시켰다. 결정적으로 오세근과 로드가 동시에 에밋 수비에 가담하면 골밑의 하승진 혹은 허버트 힐을 감당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또 하나. 오세근은 경기 초반 에밋이 외곽에서 볼을 잡자 1~2발 떨어져서 새깅디펜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에밋은 외곽에서 오세근이 떨어지자 곧바로 3점포로 연결했다. 초반에 에밋의 3점포 2방이 연이어 들어가면서 이 수비는 실패로 돌아갔다. 결정적으로 확인 결과 김 감독은 오세근에게 새깅보다는 무조건 바짝 붙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벤치와 선수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다.
1쿼터 중반 이후 마리오 리틀이 주로 에밋을 막았다. 그러나 1,4쿼터의 경우 로드를 쓰지 못하면서 미스매치를 허용하는 약점이 있다. 더블팀 역시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2쿼터에 일시적으로 에밋과 국내선수들의 연계플레이를 잘 막으며 추격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응집력이 떨어졌다. 결국 KGC의 에밋 봉쇄법은 1차전만큼은 처절한 실패로 귀결됐다. 에밋은 27점을 올려 KCC의 대승을 이끌었다.
▲대처방법은
KGC는 2차전서 에밋 봉쇄법을 어떻게 갖고 나올까. 김 감독이 에밋의 좋아진 3점포를 의식, 새깅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지속적으로 더블 팀을 시도할 듯하다. 다만, KCC에 빅맨 2명이 있고, 슈터들이 많아 정밀한 로테이션이 필수다. KGC는 2차전서 이 부분을 다듬어야 한다.
더블 팀의 세부적인 약속을 바꿀 가능성은 있다. 더블 팀도 들어가는 세부적인 위치와 타이밍에 따라 위력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 실제 에이스를 상대할 때 한 종류의 더블 팀을 시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2~3가지 종류의 더블 팀을 번갈아 쓰는데, KGC 김 감독이 2차전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김 감독이 2차전서 에밋 봉쇄법 자체를 완전히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서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KGC로선 에밋의 승부처 득점을 줄이지 못하면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도 떨어진다. 어떻게든 에밋 봉쇄법에 대한 단서를 찾은 뒤 안양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에밋. 사진 = 전주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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