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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1988년, 당시 한국에선 강시영화 붐이 일었다. 다양한 시리즈들이 인기를 끌었고, '똘똘이 소강시'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강시 역을 맡은 배우가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배우 정태우. 아역부터 시작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왔고, 그는 어느새 28년차 배우가 됐다.
정태우는 유독 사극과 인연이 깊다. 놀라운 사실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출연한 사극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한명회'1994), '찬란한 여명'(1995), '서궁'1995), '용의 눈물'(1996), '왕과 비'(1998), '태조 왕건'(2000), SBS '여인천하'(2002), KBS '무인시대'(2003), SBS '왕과나'(2008), KBS '광개토대왕'(2011), '징비록'(2015) 등이 있다.
여기에 지난달 18일 막을 내린 KBS 2TV 특별기획드라마 '장사의 神-객주 2015'에 출연하며 사극과의 끈질긴 인연을 자랑했다. 정태우는 극중 주인공인 천봉삼(장혁)의 절친한 친구였던 선돌 역으로 열연했다. 선돌은 양반에서 보부상이 된 기구한 운명을 지닌 인물. 극 후반부 스토리의 중심에서 갈등의 핵으로 떠올랐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었다. 선돌을 연기하는 정태우도 반전의 선돌을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욕심이 컸던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마지막에 완전 계를 탄거죠. 초반에는 그래도 촬영에 여유가 있었는데, 후반부에 가면서 당초 예정됐던 내용과 다르게 가는 바람에 대본이 늦어지면서 꽤 바쁘게 찍었어요. 여유가 없었죠. 작품이 끝나면 늘 아쉽지만 이번에는 선돌이의 원래 캐릭터를 버리게 된 게 좀 아쉬워요. 극에서 빠져나온 입장에서 봐도 선돌의 배신이 가슴 아팠어요. 저도 몰랐던 출생의 비밀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는데, 선돌은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그랬다. 극 초반 선돌은 봉삼과 운명적 만남을 갖는다. 우연히 봉삼에게 목숨을 빚졌던 선돌은 봉삼과 변함없는 우정을 맹세했다. 잠시 헤어졌다 극적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함께 마방을 이끌며 진한 우정을 나눴다. 그러나 선돌이 알고보니 양반출신이었고, 천주교를 믿어 박해를 받다가 평민이 된 사실이 극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밝혀졌다.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선돌의 계략으로 봉삼이 목숨을 잃을 뻔 하기도 했고, 일본의 앞잡이 같은 이미지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선돌은 송파마방 동생들에게 암살을 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선돌은 원작의 유필호라는 캐릭터가 함께 버무려진 인물이에요. 유필호가 소설에서는 양반이었다가 상민이 된 인물인데, 그래서 약간 브레인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선돌이 바뀐 모습을 표현하려다 보니 대본을 보며 흡수하기 바빴어요. 만약 우리 드라마가 50부작이었다면 아마 봉삼과 선돌의 오해, 신분 차이에서 오는 신념의 차이 등을 조금씩 더 잘 표현하고 마무리했을텐데 그런 게 아쉽죠."
드라마 촬영이 모두 끝난 후 정태우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여유를 즐겼다.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첫째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태우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던 중 "저 입학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라면서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정태우는 지금의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지금 하준이 나이가 아마 제가 예전에 데뷔하고 얼마 안됐을 때였을 거예요. 제 기억으로는 그때 초등학생이 보통 학교에 가려면 꽤 먼 거리를 걸어가야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환경은 아니잖아요? 확실히 예전 어린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학교를 다니다보니 조금은 더 성숙했던 것 같아요. 하준이는 제 아들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마냥 아이같기도 한 것 같고.(웃음)"
정태우는 올해부터 대학 강단에 오른다. 아직 채 마무리 짓지 못한 논문을 매듭 지으면서 후배들을 가르칠 계획을 갖고 있다. 친한 선배의 제안에 정태우는 올 한해 세한대학교 뮤지컬학과 강의에 나설 예정. 그간 모교인 중앙대학교에서 특강을 진행한 적은 몇 차례 있지만 이번처럼 본격적으로 한 학기 수업을 책임지는 것은 처음이다. 그런만큼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그의 각오도 남다르다.
"물론 저도 부담스럽죠. 하지만 저는 그동안 늘 현장에서 실기로만 체득을 했기 때문에 그걸 이론화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또 후배들과 호흡하고 가르치면서 저도 얻는 것들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해요. 다행히 친한 선배님들이 계셔서 저도 좀 더 편하게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연 무대를 좋아해서 제가 현장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잘 알려주고 싶어요. 그동안에는 때가 아닌 것 같아 미뤄왔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아요."
[배우 정태우.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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