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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주 김진성 기자] "승진이만 건강하면 우승후보다."
지난해 8월 프로아마최강전 기간이었다. 개개인과 팀을 정확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하승진만 건강하면 KCC가 우승후보"라고 했다. 유 감독 말대로 '건강한' 하승진은 정규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서도 KCC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KCC의 정규시즌 우승, KGC와의 4강 플레이오프 1~2차전 완승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승진만의 수훈이 아니다. 하지만, 천천히 되짚어보면 건강한 하승진은 KCC에 큰 축복이란 걸 알 수 있다.
▲하승진이 건강을 되찾은 이유
하승진이 올 시즌 왜 건강할까. 추승균 감독은 "비 시즌에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정규시즌에도 추 감독은 KCC 선수들의 특성에 맞게 웨이트트레이닝 강도를 조정했다. 대다수는 강도를 높였다. 하승진도 마찬가지였다.
하승진은 데뷔 후 거의 매 시즌 잔부상에 시달려왔다. 몸집이 크기도 하고, 태생적으로 그랬다. 그동안 KCC는 하승진의 몸 상태에 따라 팀 전력이 결정됐다. 지난 시즌, 하승진은 다이어트를 통해 몸무게를 줄였다. 하지만, 스피드는 향상되지 않았고 파워만 떨어졌다. 결국 하승진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면서 팀 자체가 무너졌다.
그러나 올 시즌 하승진은 다시 몸무게를 원래 상태로 회복했고, 웨이트트레이닝 강도만 높였다. 파워가 살아났다. 그리고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 하승진은 "비 시즌 몸 관리 중요성에 대해 느낀다. 체중을 뺀다고 해서 스피드가 살아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승진 시너지의 실체
몸이 좋은 하승진은 수비와 제공권에 대한 공헌도가 높다. 수비에서 온전히 상대 빅맨을 막아낸다. 높이가 달리는 팀은 상대 빅맨을 막기 위해 스위치나 더블 팀+로테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체력부담은 상당하다. 그러나 KCC는 하승진이 상대 외국선수를 맡을 수 있다. 나머지 선수들의 체력부담이 그만큼 덜하다. 에밋이 수혜자다. 자연스럽게 신명호, 정희재 등이 외곽수비에 집중하고, 팀 수비력은 좋아졌다.
모든 팀은 KCC를 상대로 공격할 때 2대2를 통해 하승진을 외곽으로 끄집어낸다. 그러나 KCC는 스위치를 하면 그만이다. 힐이 함께 뛰는 2~3쿼터에는 거의 문제가 없다. 힐이 없어도 다른 포워드들이 스위치 하면서 미스매치를 허용한다. 대신 KCC는 에밋 등 테크니션에 의한 공격력, 신명호, 정희재 등 외곽수비가 좋은 자원들 등 다른 장점이 많다. 상대가 하승진을 외곽으로 끄집어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 심지어 추 감독은 "하승진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수비 범위가 넓어졌다. 몸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즌 막판 KCC 수비는 더욱 단단해졌다.
또한, 하승진은 압도적인 제공권을 자랑한다. KGC 오세근의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찰스 로드는 집중력 기복이 있다. 4강 플레이오프서 골밑은 하승진 천하. 힐과 동시에 골밑을 맡아 하승진의 체력 관리에도 용이하다. 추승균 감독은 "힐 때문에 승진이가 조금씩 쉬면서 최상의 몸 컨디션을 만들었다"라고 했다.
건강한 하승진 위력을 극대화, 수비와 제공권 안정감이 있다. 공격력이 폭발할 수 있는 베이스가 깔렸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 KCC는 안드레 에밋이라는 KBL 역대 최고수준의 테크니션이 있다. 상대 입장에서 변칙적인 페이크, 스텝에 의한 날카로운 돌파, 패스를 구사하는 에밋을 1대1로 막는 건 불가능하다. KGC는 1차전 오세근 카드가 실패로 돌아갔고, 2차전서 마리오 리틀을 붙였다. 여기에 원 카운트(공격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수비수의 더블 팀 가담) 더블 팀으로 에밋을 최대한 괴롭혔다. 에밋에게 바짝 붙으면 돌파를 내준다. 그러나 최대한 체격이 좋은 선수를 2명씩 붙이면 확률상 봉쇄 가능성이 있다. 실제 많은 팀이 에밋에 대한 새깅디펜스에 실패한 뒤 장신자 2명을 더블 팀 하거나 스위치로 수비했다. 물론 그마저도 부셔버리는 에밋이다. 9일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서 입증했다.
중요한 건 이때 하승진 수비다. 건강한 하승진 역시 1대1로 막는 건 불가능하다. 시즌 반환점을 넘어선 뒤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오세근을 보유한 KGC조차 하승진을 막는 게 버겁다. 하승진에게도 더블 팀이 필요한데, 에밋에게도 더블 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이어 더블 팀+로테이션을 원활히 하는 게 쉽지 않다. 1~2차례 막아내더라도, 결국 40분 내내 하승진과 에밋을 막기가 힘들다. 에밋과 하승진의 2대2 역시 에밋의 돌파력과 마무리 능력이 좋아 스크린에 걸리면 하승진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승진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스위치를 해버리면 미스매치가 돼도 최대한 버틸 수 있지만, 건강한 하승진은 에밋과의 2대2 성공 확률이 높다. 상대가 하승진에게 어설프게 더블 팀을 하면 하승진은 전태풍 김태술 김효범 등에게 3점슛 찬스를 내준다.
결국 하승진이 KCC의 제공권, 수비력, 공격력에 차례로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킨다. KCC 전력이 리그 최강이 된 원동력. 그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올 시즌 KCC의 통합우승은 꿈이 아니다.
[하승진. 사진 = 전주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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