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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지진희에게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는 쉽지 않은 드라마였다. 압박을 받을 정도로 대본은 세밀했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지진희는 어려운 길을 걸었다.
지진희는 “대본의 압박을 안 받아도 된다”며 고백했다. 그러나 이 압박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한 번 읽고 외우고 끝나는 대본이 아니라 분석해야 하는 대본이었기 때문에 어려웠고 압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님이 얼마나 공을 들여 썼는지 대본을 보면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볼 수 없었죠. 이렇게 세밀하게 쓴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압박이 있었어요. 쉽지 않은 드라마였어요. 하지만 보는 분들은 풍성하고 깊은 느낌을 받았을 거예요. 그게 우리 드라마의 특징이자 장점이자 매력적인 부분이었죠.”
배유미 작가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었기에 결말도 마음에 든다. 지진희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며 “충분히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초반에 그런 설정들이 있었지만 사실은 우리들의 이야기에요.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 때문에 싸우고, 이해하고 다시 이겨내는 과정들이 우리들의 과정과 같아요. 결국 모든 걸 생각하고 이해하다 보니까 ‘이게 사는 거지’ 할 수 있어요. 싸움과 화해의 반복인 거예요.”
‘이게 사는 거지’라고 느낀 만큼 인생에 있어서도 큰 가르침이 됐다. 이미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더 와닿았다. 지진희는 “더 많이 가졌다고 좋아할 것도 없고 덜 가졌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많이 가진 만큼 많이 아플 거고 덜 가진 만큼 덜 아플 거다. 불편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해지는 것”이라며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직접 겪으면서 아픔만 생각하게 되니까 압박을 느끼는 건데 ‘애인있어요’는 그런 뿐을 절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불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불륜이 아니에요. 그런 부분을 깊이 알 수 있는 게 우리 드라마죠. 진짜 이 드라마를 보면서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남자 분들도 좋아하더라고요. 부부끼리 보기 좋았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였어요. 아쉬움도 없어요. 배우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크거든요. 이런 드라마 만나기 힘들어요. 단순히 자극적인, 인기를 얻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얘기를 끝까지 했다는 게 만족스러워요.”
‘애인있어요’에 대한 지진희의 애정은 상당했다. 50회라는 긴 호흡을 이어오면서도 별 탈 없이 순항했기에 만족도는 더 컸다. 막장 드라마가 판치고, 그런 막장 드라마가 오히려 높은 시청률이라는 좋은 결과물을 받아내는 게 현실이지만 지진희는 그런 유혹에 넘어가는 배우가 아니었다.
지진희는 “드라마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보통은 시청률이 낮을 때 포기하고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애인있어요’는 그런 것 없이 끝까지 재미있게 했다”고 털어놨다.
“몸으로 느끼는 시청률은 40~50%였어요. 사실 수치만 볼 때 이해가 안 됐어요. 몸으로 느끼는 게 있는데 시청률은 좀 저조하니까. 근데 주위 반응을 보면 굉장히 많이 봤고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아, 시청률이 다가 아니구나’ 느꼈죠. 재방송으로도 보고 방송 후에 구매해서 보는 분들도 있으니 본방송 시청률이 낮았던 것 같아요. ‘이걸 사서 본다고?’ 했는데 SBS 중 다시보기 구매가 역대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방송국에서도 만족스러워 했어요. 보통 저조한 시청률이면 뭐라 할 수 있는데 그냥 그대로 가라고 하고 전혀 터치하지 않았죠.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웠으니 즐겁게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드라마 촬영 시스템도 지진희를 만족하게 했다. 밤샘 촬영이 당연해져버린 현재 드라마 촬영 환경과는 다른 시스템이었던 것. 지진희는 “‘애인있어요’는 주5일 촬영에 밤 12시면 끝났다. 새벽 1시 넘은 게 두 번 있었나? 밤샘 촬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건 감독님의 완전한 능력이에요. 어마어마한 능력이죠. 동선을 줄이고, 그럼에도 충분히 내용이 풍성했어요. 모든 것이 완벽했죠. 대본이 조금 늦게 나와도 감독님이 배려를 해주시니까 모든 게 가능했어요. 조그만 것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어요.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세밀하게 표현해야 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감독님이 많이 얘기해주셨고 감독님을 통해 나도 깜빡 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마 다시 한 번 보면 느끼는 게 많을 거예요.”
이토록 만족스러운 결과물인 ‘애인있어요’는 지진희의 대표작이 됐을까? 지진희는 “사실 제일 마지막 작품이 언제나 인생 최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끊임없이 노력을 했어요. 앞으로도 노력 할 거고요. 그러니 매번 마지막 작품이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다음 작품은 이거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매번 채찍질을 해요.”
[배우 지진희.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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