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스리백(back three:3인수비) 전쟁이 다시 재현될까.
올 시즌 K리그 ‘2강’으로 꼽히는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최근 맞대결 중심에는 항상 스리백이 있었다. 지난 시즌 4차례 격돌 중 3경기에서 양 팀은 3명의 센터백(혹은 전북의 경우 측면 수비수인 최철순의 중앙 이동)을 사용했다. 서울은 기본 전술이 스리백이었고 전북은 상대 투톱(2명의 공격수)에 대한 일종의 반응이었다.
“최용수 감독이 텐백(10인수비)을 쓸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아예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가면 벌금을 받을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텐백 이야기를 꺼냈다. 농담 같으면서도 진담처럼 들리는 멘트였다. 최용수 감독도 전북전에 대한 질문에 공격보다 수비 연습을 더 하겠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에 대해 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열쇠는 전북이 쥐고 있다. 서울은 스리백으로 나올 것이다. 앞선 두 차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3-1-4-2 포메이션으로 재미를 봤다. 굳이 전북을 상대로 변칙 전술을 들고 나올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전북은 다르다. 4-1-4-1과 4-2-3-1을 주로 사용하는 전북은 서울만 만나면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중앙 수비를 늘렸다. 불안한 수비도 변수다. 시즌을 앞두고 김기희가 갑자기 떠나면서 중앙 수비가 헐거워졌다. 여기에 새로 영입한 호주 출신 파탈루도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설상가상 김보경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최강희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그렇다고 전북이 서울에 맞춰 스리백을 사용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지난 겨울 김신욱, 김보경, 이종호, 고무열, 로페즈, 김창수 등을 영입한 전북이다. 홈 팬들이 지켜보는 안방에서의 수동적인 대응은 자존심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허나, 그것이 승점을 보장하진 않는다.
지난 시즌을 복기해봤을 때 ‘만능 수비수’ 최철순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은 서울전의 히든 카드가 될 수 있다. 전북은 지난 해 9월 홈에서 치른 서울과의 경기에서 최철순을 활용한 아드리아노 맨마킹(일대일수비)으로 3-0 완승을 거뒀다. 자존심과 승점을 모두 챙긴 승리였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최철순의 중앙 이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리백을 가동하면서 상대에게 점유율을 내주는 대신 뒷공간을 주지 않으려 했다. 아드리아노의 배후 침투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반전 한 장면을 해곤 (최철순이) 아드리아노를 거의 완벽하게 막았다”
“서울과의 경기에서 모험적으로 하면 졌다. 고민이 많은 상대다. 모든 경기를 똑같이 준비하진 않는다. 상대에 맞춰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상대가 무게를 뒤에 두는데 우리가 나갈 필요는 없다”
최강희 감독은 아드리아노의 뒷공간 침투를 경계했다. 이는 올 시즌에도 유효하다. 아니, 아드리아노의 돌파는 이전보다 더 강력해졌다. 전북은 비교적 발이 빠른 김기희가 있었음에도 최철순을 센터백 사이에 뒀다. 그런데 지금은 김형일과 함께 임종은이 중앙 수비를 맡고 있다. 둘은 몸으로 부딪혀 싸우는 건 강하지만 상대를 쫓는 스피드는 약하다. 그대로 가는 건 분명 불안요소가 따른다.
전북은 이미 지난 장쑤 쑤닝 원정에서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3골을 실점하면서 실패로 끝났지만 아드리아노를 상대로 최철순이 또 한 번 중앙에 배치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파탈루는 아드리아노를 막기에 속도가 느리고 이호도 그렇게 빠르진 않다. 최철순 만한 카드가 없다.
물론 최강희 감독의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이전보다 공격 자원이 많아진 만큼 홈에서 능동적으로 나설지도 모른다. 기존 4-1-4-1을 바탕으로한 정면 승부 혹은 변칙 스리백을 사용하되 원톱이 아닌 이동국, 김신욱을 동시에 기용한 투톱으로 맞불작전도 가능하다. 어쩌면 팬들이 가장 바라는 장면일 것이다.
스리백과 스리백이 또 만나게 될까. 아니면 전혀 다른 전술이 등장할까. 축구 팬들에겐 전북과 서울의 개막전을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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