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준범과 송창용이 많은 경기에 뛰면서 희망을 봤다."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모비스의 2015-2016시즌이 허무하게 끝났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오리온에 3연패하며 무너졌다. 오리온이 철저히 준비한 수비전에 모비스는 끝내 답을 내놓지 못했다.
모비스는 리빌딩 시즌을 보냈다.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대성은 군입대했다. 양동근과 함지훈의 나이도 적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5년 계약을 다시 한번 맺은 유재학 감독으로선 미래를 내다보고 리빌딩에 돌입했다. 올 시즌 모비스 리빌딩은 절반의 성공이다. 성과도 있었고, 과제도 있다.
▲여전한 저력
타 구단 한 감독은 "모비스는 객관적 전력상 4~5위"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모비스는 예상을 뒤엎고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짚어봐야 한다. 일단 경쟁 팀들이 54경기를 치르면서 업다운이 심했다. 애런 헤인즈의 부상 이후 제스퍼 존슨이 입단했다가 퇴단한 오리온은 조직력의 기복이 심했다. KCC 역시 안드레 에밋과 전태풍, 하승진을 주축으로 한 안정적인 공수밸런스 구축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KGC의 경우 시즌 초반 폭발적이었지만, 막판 주축들의 몸 상태 변수로 주춤했다.
결국 모비스는 경쟁 팀들이 일정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적으로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물론 모비스도 시즌 중반 이후 아이라 클라크, 커스버트 빅터, 함지훈의 공존 문제를 풀지 못하면서 득점력 저하에 시달리긴 했다. 때문에 모비스도 시즌 막판 경기력은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수비전으로 최대한 버텨내면서 모비스를 2위로 이끌었다. 유 감독은 "매 시즌 전 10명 정도 가용인력을 정해놓고 전면강압수비 연습을 많이 한다"라고 했다. 모비스 특유의 타이트하고 기복 없는 맨투맨 디펜스 비결. 이 과정에서 전준범과 송창용이 주축으로 많은 경기를 뛰면서 수비 역량이 향상됐다. 결국 유 감독의 철저한 시즌 준비가 정규시즌 2위의 밑거름이었고, 그 과정에서 리빌딩의 틀을 세운 건 분명했다.
▲절반의 성공
그러나 모비스 리빌딩은 올 시즌 완벽히 꽃피우지 못했다. 전준범과 송창용의 세밀한 수비력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 모비스는 올 시즌 내내 수비를 잘 해놓고 막판 접전 때 1~2차례 움직임 실수로 경기를 내준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전준범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센스 부족이 원인이었다.
전준범과 송창용의 경우 공격력은 많이 성장했다. 그러나 4강 플레이오프서 오리온의 극심한 스위치 맨투맨에 힘을 쓰지 못했다. 유 감독은 "움직임이 좋지 않은 부분이 있다. 수비가 붙으면 슛 밸런스가 흔들린다. 슛 찬스가 막히면 동료에게 내주거나, 다시 스크린을 받고 찬스를 잡아야 하는데, 그 부분이 잘 되지 않는다. 아직도 눈을 덜 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두 사람은 기복이 심했고, 그 약점을 4강 플레이오프서 노출했다.
결정적으로 외국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을 이끌지 못했다. 클라크와 빅터는 골밑 적극성이 부족하고, 동료를 활용하는 센스가 부족하다는 게 유 감독 평가. 그는 "클라크는 몸으로 부딪히려고는 하는데 길을 알고 움직이는 선수는 아니다. 동료가 비었는데 내주는 센스도 부족하다. 빅터는 골밑 적극성 자체가 조금 떨어진다"라고 했다. 외국선수가 공격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면서, 모비스 공수 시스템이 양동근에게 집중됐다. 성장해야 하는 전준범과 송창용 등이 모비스 공수 조직력 중심을 잡는 건 무리였다. 만약 외국선수들이 좀 더 모비스 조직력에 실질적 이익을 안기면서 중심을 잡았다면, 그들을 따라가는 젊은 선수들도 좀 더 크게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게 농구관계자들 지적이다.
▲다음시즌 방향은
유 감독은 "젊은 국내선수들은 좀 더 공격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 부분은 다음 시즌에도 변함 없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우리 팀에 개인기술이 탁월한 선수가 없다. 스크린 플레이와 볼 없는 움직임 등은 1년 연습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계속 더 연습해야 한다"라고 했다. 전준범, 송창용이 이 케이스에 속한다. 다음 시즌 막판 가세하는 이대성도 유 감독의 지도를 많이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양동근과 함지훈에게 의존하는 공수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한다.
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다음 시즌 신인 빅3(이종현, 최준용, 강상재) 중 1명을 1라운드서 뽑을 수 있는 8분의 3 확률을 챙겼다. 유 감독은 "팀에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뽑겠다"라는 입장. 모비스는 2~3번 라인이 약하다. 만약 빅3 중 1명이 모비스에 입단한다면, 모비스 리빌딩은 좀 더 활기를 띌 수 있다. 물론 당장은 부작용도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모비스가 건강해질 확률은 더 높아진다. 빅3의 가치는 2년 전 이승현과 김준일 드래프트의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게 농구계의 보편적인 평가.
외국선수 선발도 중요하다. 유 감독은 "외국선수 출장 일정이 잡힌 상태"라고 했다. 올 시즌보다는 좀 더 좋은 선수들을 선발해야 한다는 게 유 감독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클라크와 빅터 재계약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젊은 국내선수들의 공격적인 역량을 끌어올린다면, 유 감독 특유의 수비조직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를 뽑는 게 중요하다.
리빌딩은 한 시즌만에 완성되는 건 아니다. 모비스도, 유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정규시즌 2위, 4강 플레이오프 경험은 장기적 차원에서 리빌딩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모비스 리빌딩을 평가하는 건 무리다. 비 시즌, 특히 올 여름이 중요하다.
[모비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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