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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는 모두가 단면만 바라볼 때 더 깊은 곳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겉으로 그려지는 관계에만 주목하지 않고 인물과 인물간의 관계를 생각할 줄 알아야 자신의 인물을 더 깊게 표현할 수 있다.
배우 이시언은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속 남규만(남궁민)의 단면만 보지 않았다. 남규만의 비서이자 친구인 안수범 역을 맡았던 그는 남규만의 악행만을 보지 않았다. 안수범과의 관계를 생각했고, 그 안에서 남규만의 깊은 곳을 바라봤다.
이시언은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현장이었다. 캐릭터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해결해 나갔다”고 운을 뗐다.
“처음에 남규만 역이 남궁민이라는 말을 듣고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남궁민 형을 보고 들어간 거죠. 대본만 봐도 안수범은 항상 남규만 옆에 있기 때문에 연기에 통달하신 분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 했을 때 ‘어’ 해야지 ‘야’ 했는데 또 ‘야’ 해버리면 안 되잖아요. 원래 알던 형이고 이창민, 오진석 감독님과도 같이 작품 한 적이 있어서 편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죠.”
이시언은 안수범 역을 맡아 참 많이 고민했다. 남규만의 비서이자 친구였던 안수범이 남규만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 그는 ‘친구’에 더 비중을 뒀다.
이시언은 “처음엔 감독님이 안수범 역시 별로 착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며 “남규만에게 해코지 정도는 했을 법한 인물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설정에서는 안수범이 그렇게 착하진 않았어요. 근데 처음에 안수범을 조금 유하게 연기하니까 감독님이 ‘남규만이 너와 있으면 온화해지는 느낌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쁘게 작용하는 것 같진 않아서 친구 느낌을 더 살렸죠. 조금 바뀐 부분이죠. 사실 마지막에 너무 힘을 줘서 아쉽긴 한데 만족해요.”
사실 ‘리멤버’ 남규만은 영화 ‘베테랑’ 조태오(유아인)를 연상케 했다. 안수범 역시 조태오를 보필하던 ‘베테랑’ 최상무(유해진)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이시언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와 드라마의 호흡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호흡이 길잖아요. 비교해서 말하자면 좀 어려운 것 같지만 저 나름대로 안수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남규만은 사이코패스는 아니었어요. 겁도 많고 인간적인 부분이 있었죠. 남규만이 죽을 때도 웃고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정말 싫어했을 거예요. 근데 보통 사람같은 면이 있었고, 후회하는 모습도 그려져서 괜찮았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진짜 나쁜 사람이었던 조태오보다 남규만이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조태오보다 규만이가 제 스타일?(웃음) 나쁜 모습이 조금 감춰져 있었던 조태오보다 남규만이 좀 더 악스러운 느낌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분명 남규만은 악인이었다. 악행을 서슴지 않았고, 친구 안수범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다. 강렬한 악역이었다.
그럼에도 이시언은 남규만을 감쌌다. “재미로 ‘죽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긴 했지만 싫다는 생각은 사실 안했다”며 “수범이도 규만이에게 정이 있으니까 끝까지 그를 찾아가 마지막 도리를 하려고 하지 않나. 친구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규만이 미웠던 적은 없어요. 너무 남규만 형을 믿고 있어서 남규만이 싫지 않았죠. 그래서 연기가 변했던 것 같긴 한데 충분히 배신할 만한 이유를 설명해줬기 때문에 괜찮았던 것 같아요.”
이시언은 남규만 역 남궁민에 대한 믿음이 상당했다. “남궁민 선수”라고 부를 정도로 그를 존경했다. “항상 상대방에게 감사하다”며 남궁민 칭찬을 이어갔다.
“사실 제 역할이 항상 잘 받아줘야 살아나는 입장이다 보니까 상대 역이 중요해요. 남궁민 선수는 최고의 선수였죠. 원래 알던 사이였는데 잘 만나지 못하다가 이번에 작품으로 만나게 됐어요. 진짜 배울 점이 많아요. 집중, 고민, 몸짓, 릴렉스 하나하나 잘 하죠. 조언도 많이 해줬는데 모니터를 항상 해주면서 ‘못했다’, ‘잘했다’ 돌직구로 말해줬어요. ‘넌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던데요?(웃음)”
남궁민의 돌직구 평가는 이시언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나쁜 마음을 갖고 하는 말이 아님을 알기에 더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줬다. 이시언은 “남궁민은 누구보다도 젠틀한 사람”이라며 그의 연기와 경험, 인성을 높이 샀다.
‘리멤버’를 통해 이시언은 연기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남궁민의 농담처럼 자신이 과대평가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앞으로도 티 안나게 과대평가 받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크게 변신하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확실히 나이를 먹으니 주위의 쓴 소리도 들으면서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예전엔 저한테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관심 있게 모니터를 해주고 돌직구를 날려준다는 게 되게 감사한 거더라고요. 못하는데 잘 한다고 해버리면 변하지 못할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쓴 소리를 잘 생각하면서 변화하고 싶어요. 좀 더 남자다운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이시언. 사진 = 포도어즈 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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