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글로리데이’를 본다면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이 떠오른다. 역설적 제목 또한 ‘운수 좋은 날’과 맞닿아 있다.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 제작 보리픽쳐스 배급 엣나인필름)는 처음 여행을 함께 떠난 스무살 네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목은 ‘글로리데이’지만 이들의 상황은 점점 더 ‘글로리(glory)’스럽지 않게 흘러간다.
용비(지수)는 지공(류준열)을 데리러 간다. 하지만 지공의 어머니는 재수를 하는 아들이 용비와 만나는 게 탐탁지 않다. 이에 집에 없다고 거짓말을 했고, 지공은 창문을 통해 집에서 도망 나온다. 이렇게 의기투합한 이들은 두만(김희찬)에게 간다. 두만은 대학 야구팀 소속, 이에 일부러 신음 소동을 벌여 훈련 중인 두만을 빼내온다.
이처럼 세 사람이 모인 이유는 하루 뒤면 해병대에 입소하는 상우(김준면, 엑소 수호)를 위해서다. 용비, 상우, 지공, 두만은 상우 배웅 겸 추억 여행을 위해 포항으로 향하고, 이곳에서 전혀 영광스럽지 못한 상황들에 직면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간다.
초반 ‘글로리데이’는 재기발랄한 청춘 영화의 느낌을 자아낸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톡톡 튄다. 지수, 김준면, 류준열, 김희찬 네 명의 배우들은 딱 그 나이대의 청춘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내며 유쾌한 매력을 한껏 전달한다. 하지만 포항에서 한 사건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설마 저 여자가 그러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의심은 현실이 되고, 그 전까지 보여 왔던 재기발랄함은 사라지고 만다.
대신 후반부로 갈수록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이 눈에 띈다. 포항에서 마주한 사건으로 인해 서로 죽고 못 살던 네 명의 친구들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지수, 김준면, 류준열, 김희찬은 흔들리는 우정, 부조리한 세상을 마주했을 때의 낙담과 불안함, 스스로 그리고 서로를 향한 분노와 죄책감 등을 복합적으로 표현해 낸다. 빛나는 청춘이 세상에 물들어가는 과정 또한 농밀히 담아냈다. ‘글로리데이’의 가장 큰 수확은 이 네 명의 배우다. 오는 24일 개봉.
[영화 ‘글로리데이’ 포스터. 사진 = 필라멘트픽쳐스, (주)엣나인필름, (주)보리픽쳐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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