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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MBC 50부작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김상협 김희원)에서 정진영이 연기한 전 국무총리 강석현은 노회한 정치가이자 부패한 가문의 수장이다. 더 잃을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나이지만 사랑 앞에서만큼은 여전히 미숙하다. 그리고 한없이 순수하다.
신은수(최강희), 진형우(주상욱), 강일주(차예련), 권무혁(김호진), 권수명(김창완) 등 뚜렷한 선악의 얼굴들이 대립하며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동안, 강석현은 어느 한 편에 쏠리지 않고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었다. 그렇게 정진영은 악인의 포지션을 받고도 시청자의 동정표를 얻으며, 드라마의 화제성을 높이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정진영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촬영을 마치고 푹 쉬었습니다. 분량이 많았고 힘도 들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진영은 강석현의 5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의 인생을 그리며 '할배파탈'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훌륭한 수트핏을 자랑한 덕이다. 2015 MBC 연기대상에선 특별기획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저는 연기를 하는 동안 수식어가 붙거나 인터넷 포털을 오르내리는 배우가 아니었어요. 연기상 받을 때도 그런 말씀을 드렸는데 다른 반응을 해주셔서 고맙고 또 놀라울 따름입니다. 시작할 때도 이런 반응이 올 거라 예상 못했고요."
여주인공 최강희와는 멜로에 결혼까지. 게다가 서른 여섯 살의 나이차가 난다는 설정이다. 그 모양새가 몹시 불편해 보인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정진영은 몰입도 높은 연기로 그 논란들을 싹 가라앉혔다.
"과연 될까 싶었죠. 우선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쨌든 대본에 근거한 스토리가 있었으니까 그 감정을 따라가는데 충실했고 결국 시청자들이 애정해주셨죠. 연민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차근차근 진행 돼서 결과적으로는 큰 무리 없게 전달 된 것 같습니다."
냉철한 성격을 지닌 석현은 신은수라는 여자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연기 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새부터 연민을 자극하고 사랑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진형우와는 각을 세우며 악인으로서 더 큰 파괴력을 갖기도 했다.
"감정이 점점 진해졌어요. 말 그대로 진하게 느낀 거죠. 또 멜로에 몰입하면서 부드러워졌고요. 처음에는 이런 톤으로 연기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처리하는 게 힘들지 않았냐고요? 한 두 개가 아니었죠. 그런데 감정을 가지고 가면 다 되더라고요. 주로 제가 했던 역할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무게를 잡는 것이었는데 강석현은 영화 '왕의 남자' 때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감정을 드러내도록 만들었어요. 진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강석현은 자신을 흔들려는 은수와 딸 일주의 치열한 싸움 속에 갈등하는 인물이었다. 에피소드 중심 보다는 심리 묘사가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 결혼에 치매라는 큰 설정을 이해하고 가면서도 매회 일어나는 반전 때문에 감정선을 유지하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았다.
"'화려한 유혹'의 특징이 끝 없는 반전이었어요. 5분 사이에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화요일이면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요. 다음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는 상태에서 매회 연기를 하죠. 은수가 형우를 만나는 모습이 그려진다면 저는 세상 미워하는 표정을 짓겠죠. 그런데 다음에는 용서하고 있어요.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니까 매 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밖에 없었고요. 이 과정들이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얻게 만들었죠."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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