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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춘천 김진성 기자] "템포를 늦춰야 한다."
우리은행에 전력상 밀리는 KEB하나은행도 분명한 장점이 있다. 버니스 모스비와 첼시 리가 이끄는 골밑이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도 "단기전서는 골밑 우위인 팀은 쉽지 않다"라고 했다. 하나은행을 경계한 이유다.
박종천 감독은 "템포를 늦춰야 한다. 우리 쪽으로 흐름을 갖고 와야 한다"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철저한 템포 바스켓으로 지공을 펼쳐야 한다. 리와 모스비를 활용한 골밑 공격이 아주 중요하다. 우리은행은 쉐키나 스트릭렌을 쓸 때 골밑에서 도움 수비가 필요하다. 하나은행은 이때 효율적인 패스게임으로 내, 외곽 공격의 조화를 맞춰야 한다. 그래야 승산이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템포를 조절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템포 바스켓과 속공, 얼리오펜스가 모두 가능한 팀이다. 스트릭렌, 박혜진, 이승아를 앞세워 얼리오펜스를 할 수 있고, 사샤 굿렛과 양지희 더블 포스트를 내세워 템포 바스켓을 할 수도 있다.
위성우 감독은 하나은행의 강점인 저템포 농구에 맞춰줄 필요가 없었다. 상대에 흐름을 내줄 여지가 있기 때문.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스위치 디펜스로 하나은행을 압박했다. 모스비와 리가 로 포스트 45도 지점에서 공을 잡으면 도움수비로 견제했다.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패스는 철저한 로테이션으로 커버했다.
결국 하나은행은 실책과 부정확한 슛이 쏟아졌고, 우리은행은 수비리바운드를 장악, 빠른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면서 점수 차를 쭉쭉 벌렸다. 2쿼터 초반까지 대등한 승부를 벌였으나, 전반전이 끝날 때 스코어는 36-18이었다. 하나은행은 2쿼터 중반 짜임새가 떨어지는 지역방어를 쓰다 무차별 외곽포를 맞은 게 패착이었다. 백코트가 느린 하나은행은 우리은행의 얼리오펜스와 속공을 전혀 막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전반전에서 승부는 끝났다. 위 감독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후반 들어 컨디션이 다소 좋지 않은 스트릭렌을 빼고 사샤 굿렛을 주로 활용, 도리어 템포 바스켓을 펼쳤다. 상대 실책이 나오면 속공을 시도했지만, 양지희-굿렛 더블 포스트로 첼시 리 공격을 철저히 틀어막고, 특유의 정밀한 패턴으로 정확한 야투를 이끌어냈다. 결국 우리은행이 현란한 템포농구로 하나은행을 압살했다.
하나은행은 약점들을 노출했다. 템포 바스켓을 하려면 세트오펜스에서 공격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공격을 실패하면 상대에 수비리바운드를 내줘 역습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확실히 리와 모스비가 동시에 뛰는 하나은행은 얼리오펜스에 취약하다. 김이슬의 얼리오펜스 전개능력도 좋은 편이 아니다.
하나은행은 리와 모스비에게서 파생되는 공격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한 마디로 우리은행의 강력한 맨투맨에 내, 외곽의 효율적인 패스게임이 실종됐다. 정규시즌에도 제공권에서 압도하고도 시소 게임을 많이 했던 하나은행이다. 공격에서의 패스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나은행은 수비에서 의외로 우리은행 공격을 잘 막아냈으나 정작 공격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은행의 반박자 빠른 리바운드 가담과 박스아웃으로 제공권에서도 압도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경기 전 "리바운드가 중요하다"라고 했지만, 우리은행이 정작 제공권도 앞섰다.
1차전을 통해 두 팀의 클래스 차이가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현란한 템포농구로 하나은행을 압박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나은행으로선 리바운드에서 최대한 대등하게 승부하고, 턴오버를 줄여 우리은행의 빠른 농구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챔피언결정전은 조기에 종료될 수도 있다.
[우리은행-하나은행 팁오프. 사진 = 춘천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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