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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커닝의 딜레마'다.
자백할까, 숨길까. 배우 김성은은 둘 중에 어느 선택을 했어도 비난 받았을 게 뻔하다.
MBC '일밤-진짜사나이'에서 김성은이 커닝 사실을 양심 고백했으나 '이기적이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필기시험 당시 막혔던 문제를 옆에 앉은 남군 하사가 슬쩍 알려줘 맞혔는데, 이를 중대장에게 자백했다가 자신만 살고 남군 하사를 곤경에 빠트렸다는 게 비난의 요지다.
사실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면 굉장히 기묘한 상황이다. '만약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한번쯤 고민해 볼 법하다.
대개 남의 답을 몰래 훔쳐보는 것과 달리 김성은의 커닝은 스스로 베낀 게 아니라 남군 하사가 먼저 선의로 알려준 답이었다. 이 때문에 딜레마가 생겼다.
김성은을 A, 남군 하사를 B로 가정하고 일반적인 상황으로 생각해 보자.
B가 A에게 답을 알려준 순간부터 딜레마다. 정답을 적을지, 아니면 일부러 틀린 답을 적을지가 쉽지 않다.
정답을 적으면 A의 점수는 올라가지만 A와 B 모두 '커닝을 했다'는 죄를 짓게 된다. 게다가 A는 커닝을 먼저 원하지 않고도 커닝을 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A가 B의 선의를 무시하고 일부러 틀린 답을 적는다면 A는 점수가 낮아지지만 A와 B 모두 양심의 가책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단 변수가 있다. 만약 B가 알려주기 전에 이미 A 스스로 정답으로 유력하게 생각한 보기가 있었다면, 그리고 B가 알려준 것도 A의 생각과 같은 보기였다면?
이 경우 A는 자신이 생각한 보기를 B가 가리키는 순간, 정답을 유추해놓고도 커닝을 하는 상황에 빠져버린다. 그렇다고 일부러 틀린 답을 적으면 A로서는 B의 행위가 오히려 억울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변수가 실제로도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진짜사나이'에선 김성은이 남군 하사가 알려준 정답을 적었다. 그래서 발생한 두 번째 딜레마가 양심고백의 순간이다.
A가 커닝 사실을 자백하면 처벌은 받지만 죄책감에선 해방된다. 하지만 공범인 B의 죄를 폭로하는 게 돼 선의의 B를 처벌 받게 하는 또 다른 양심의 문제에 직면한다.
반면 A가 커닝 사실을 계속 숨기면 A는 물론 선의를 베푼 B도 처벌은 피하지만, A와 B 모두 커닝에 대한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에 계속 시달리게 된다.
김성은은 커닝을 자백하는 선택을 했다. 논란이 유독 거센 건 A와 B의 처벌이 균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은은 촬영이 끝나면 딜레마가 발생된 환경에서 벗어나지만, 남군 하사의 경우 딜레마로 발생한 결과의 연속선상에 남게 되는 탓이다.
하지만 김성은 또한 결과적으로 양심고백을 하고도 남군 하사를 고발했다는 비난을 샀으니, 이 역시 김성은이 이득을 본 선택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김성은이 커닝을 숨기는 선택을 하는 게 최선이었을까. 이 또한 곤혹스러운 선택이다. 커닝으로 점수를 올렸다는 죄책감을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비난까지 살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과연 정답은 무엇이었을까.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은 김성은 혹은 A가 거짓 양심고백을 하는 방법이다. 커닝을 했다고 자백하되 B가 알려준 게 아니라 B의 답을 스스로 베꼈다고 거짓말로 자백하는 것이다.
이 경우 처벌은 A만 받고 B는 처벌을 면하게 된다. A는 커닝의 죄책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A가 선의의 거짓말로 B의 선의의 도움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A에게는 거짓말이라는 또 다른 죄가 남게 되고, 선의라고는 해도 B의 커닝 도움 역시 잘못된 행위인데, 이를 계속 숨기게 되니 완벽한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찌됐든 굉장히 기묘한 딜레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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