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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가진 능력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저평가 받던 배우 조여정이 자신의 기량을 쏟아낼 무대를 만났다. KBS 2TV 4부작 월화드라마 '베이비시터'(극본 최효비 연출 김용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21일 밤 방송된 '베이비시터' 3회에서는 천은주(조여정)를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이르게 한 처절한 '그 날 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장석류(신윤주)와 표영균(이승준)의 결혼 뒤에도, 장석류와 유상원(김민준)의 불륜은 계속 됐다. 천은주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또 천은주는 유상원이 이혼 전문 변호사와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듯 시어머니까지 나서 천은주와 장석류를 비교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천은주는 유상원이 자신과 처음 만나던 날의 추억을 잊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 모든 것들은 천은주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녀의 정신은 하루하루 병들어갔다.
문제의 '그 날 밤' 천은주를 비롯해 유상원, 장석류, 표영균, 시어머니 등이 모두 모이는 파티가 열렸다. 장석류에게 "오늘 밤 기대해"라는 경고를 날린 천은주는 잠시 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경매에 내놨다. 그림 속에는 장석류의 얼굴을 가진 메두사의 목을 조르는 천은주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유상원이 그려져 있었다. 천은주가 그림을 통해 불륜을 폭로한 것이었다. 표영균 또한 두 사람의 불륜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폭로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천은주의 시부모는 그녀의 말을 거짓으로 치부했고, 표영균 또한 입을 다물었다. 흥분한 천은주는 시어머니를 향해 칼을 휘둘렀고, 결국 천은주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3회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든 사건이 끝난 뒤인 현재 시점이 그려졌다. 천은주가 벌인 '상류층 주부 살인사건'을 취재하던 기자 조상원(김상호)은 그녀에게 정신병원에 입원한 진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천은주는 "내가 진짜 미쳐서 정신병원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거에요?"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놨다.
조기종영 된 전작 '무림학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4부작으로 긴급 편성된 '베이비시터'였지만, 화제성만큼은 결코 낮지 않다. 지상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밤 10시 월화드라마 시간대에 편성된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사실부터, 불륜과 살인이라는 파격적인 소재, 김용수 PD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주연을 맡은 조여정의 신들린 듯한 연기력 등의 요소가 합해지며 '베이비시터'는 '웰메이드'와 '문제작'이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획득했다.
그 와중에 빛나는 배우는 역시 조여정이다. 3회를 통해 조여정은 유상원으로부터 사랑받던 시절 누구보다 행복했던 천은주의 모습부터 장석류가 등장한 이후 질투와 분노,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 속에 서서히 미쳐가는 천은주의 처절함까지 극과 극의 감정을 그려냈다. 과장되지 않게 표현해내는 천은주의 절망감은 보는 시청자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 회차 말미 천은주가 정신적 고통을 연기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마지막 회차의 반전에 대한 기대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갑작스러운 편성과 캐스팅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조여정, 그녀를 바라보는 '베이비시터' 시청자들의 시선 또한 달라져가고 있다.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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