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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공연 시작 직전, 무대 위 배우들은 마지막 점검에 한창이다. 그러다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은 선배는 후배를 미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음향 감독님이 사고가 나셨대."
그런 선배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후배. 드디어 무대에서 선배들과 함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던 후배는 다시 스태프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실망하며 이 한 마디를 내뱉고는 무대에서 내려온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리고 시작된 공연. 후배가 맡은 음향효과는 실수 투성이다. 멈춰야 할 발자국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무대 위 배우들은 소리에 맞춰 연기를 이어간다. 엉뚱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순발력을 발휘하는 배우들.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가고 뜻하지 않은 웃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베테랑' 코너는 무대 공연에서 펼쳐지는 음향 실수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코너는 실제 공연에서 벌어졌던 실수담을 개그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베테랑'의 코너장을 맡고 있는 개그맨 김회경이 실제로 겪은 뒤 아이템으로 삼아 오랜 노력 끝에 '개콘'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27기 김회경을 필두로, 29기 임종혁, 30기 송재인 심문규가 바로 '베테랑'의 주역들. 송재인을 제외하면 예원예술대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개콘' 내에서도 막내들의 코너로 일컬어지는 '베테랑'은 첫 방송 당시 독특한 소재로 웃음을 자아내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벌써 6개월째.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그들을 만나 '베테랑' 그리고 개그 인생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아이디어 구상은 7년 전, '개콘'에 오르기까지
김회경이 처음 이 코너를 떠올린 건 약 7년 전이다. 우연히 대학 후배들의 공연장을 찾은 그는 우연히 실수 장면을 목격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심지어 개그 공연이 아닌 진지한 연극 공연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김회경은 개그 코너로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후배 한 명이 문을 열고 나와서 닫고,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대사를 하는 도중에 문닫는 소리가 또 나는 거예요. 걔네들이 당황해서 서로 쳐다보는데 정말 웃겼죠. 서로 쳐다보는 모습들이 웃겨서 코너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 혼자 하기에는 벅차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죠." - 김회경
그는 이후 졸탄(정진욱 이재형 한현민) 팀과 함께 코너를 만들었다. 하지만 졸탄이 '코미디 빅리그'에 합류하면서 자연스레 김회경은 새로운 멤버들을 찾아야 했다. 계속 '베테랑' 코너를 구상하던 김회경은 결국 이를 이용해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봤고, 합격까지 했다. 이후 다시 다듬어 KBS 선배들과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베테랑'이 '개콘'에 오르기까지 7년 정도가 걸렸네요. 그 사이에 계속해서 검사를 받았는데, 번번히 퇴짜를 맞았어요. 다양한 웃음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소리 하나로만 승부를 보려한다는 지적이었죠. 그런데 나중에는 재밌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드디어 '베테랑'이 빛을 볼 수 있었죠." - 김회경
◆ 소리와의 전쟁이 시작되다
김회경은 후배였던 임종혁 송재인 심문규와 팀을 짜 본격적으로 '베테랑'에 집중했다. 이 중 송재인의 합류 비하인드가 흥미롭다. 송재인은 코너 검사 당일 음악을 틀어줄 사람이 필요하던 중 우연히 지나가다 섭외됐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첫 방송 후 호평이 쏟아졌다. 모처럼 느낀 신선함이었다. 특히 '베테랑' 멤버들은 선배 개그맨들의 쏟아지는 칭찬에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임종혁은 "김준호 선배가 오랜만에 모니터 보면서 크게 웃었다고 하시면서 직접 찾아와 칭찬해주셨다.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사실 '베테랑' 코너가 이렇게 길게 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멤버들도 길어야 3개월을 내다봤을 뿐이다. 더 이상 나올 소리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짜다보니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후 멤버들은 일주일동안 이 코너 하나에만 매달린다. 잠자는 시간 빼고 대부분을 '베테랑' 구상에 몰두한다.
"시나리오도 짜야하지만, 음악도 편집해야 되고, 거기에 맞춰서 연습도 해야되요. 우선 음악을 찾는게 급선무죠. 또 나중에 제작진 요청에 따라 바꾸기도 해야 하고요. 진짜 디테일한 작업의 연속이예요." - 임종혁
"얼음 흔드는 소리도 여러가지예요. 그렇게 여러가지 디테일한 소리들 때문에 시간이 걸려요. 같은 소리라도 이왕이면 웃긴 소리가 좋으니까. 또 그냥 단순히 녹음한 소리보다는 과장한 소리가 좋죠." - 송재인
"함께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좋은 소리가 들리면 저희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요. 4명이서 서로 쳐다보면서 '이 소린 좀 아니지 않나?' '이 소리 괜찮은데?'라고 얘기하기도 해요.(웃음)" - 김회경
인터뷰②에서 계속...
[왼쪽부터 심문규 임종혁 김회경 송재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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