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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강석현을 연기한 배우 정진영이 여심에 잔잔하고도 강렬한 파문(波紋)을 일으켰다. 중년 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들도 그의 연기에 반응했다.
22일 MBC 50부작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김상협 김희원)이 6개월여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화려한 유혹'은 비밀스러운 이끌림에 화려한 세계로 던져진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진영은 대한민국 정계를 흔드는 최고 권력가이자 전 국무총리인 강석현 역을 맡아 60대 노년의 연기를 펼쳤다.
단정한 몸가짐에 품위를 갖춰 겉보기엔 제법 그럴싸하지만 권력야욕에 악행도 불사하는 얼룩진 인물이었다. 특히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딸 강일주(차예련)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은수(최강희)를 만나면서부터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강석현의 로맨스는 파격에 가까웠다. 자신과 비교해 인생을 절반밖에 살지 않은 은수를 아내로 맞으면서 또 일주로 하여금 친구인 은수를 어머니로 부르게 하면서 모든 인물들의 갈등을 키웠다. 그 설정만 들으면 막장 같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꽤 진지하고 애틋한 러브라인이었다. 석현과 은수의 극 중 나이차가 36살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놀라움에 가까웠다.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진영은 상대배우 최강희를 두고 "눈이 아주 예쁜 친구예요. 멜로는 상대의 눈을 보고 하는 연기인데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감정을 느끼게 해줬어요"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석현은 끊임 없이 얼굴을 바꿔야 하는 캐릭터였다. 딸 강일주와 아내 신은수라는 선택지를 두고 수없이 갈등해야 했는데, 이 복잡미묘한 심리를 탁월하게 풀어내며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평생 권력을 좇으며 살아온 그가 은수 앞에서만 드러내는 부드러운 얼굴과 자상한 말투는 젊은 층의 마음까지 공략했고 실제 '할배파탈'이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했다. 진흙탕에 빠져도 결코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 또한 연륜의 멋을 더했다.
강석현은 대사로 로맨틱한 일탈을 벌이기도 했다. "어제 읽은 책에 그런 구절이 있더군. 골목이 꺾이는 길모퉁이 같은 데서 재빨리 뒤를 돌아보라. 거기 당신의 등 뒤에 당신을 지켜주는 손이 있다. 어머니의 손 같은, 친구의 손 같은, 나를 지켜주는 사람은 자네야"가 그 중 하나다. 강석현 식 사랑 표현법은 흔하지 않아 더 끌린 매력이 있었다.
끝없는 반전과 복수로 채워진 '화려한 유혹'은 결코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다. 막장 전개에 늘어지는 느낌은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정진영이라는 중심이 있어 결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분명하다.
[사진 = MBC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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