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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에밋 시리즈 혹은 조 잭슨 시리즈.
KCC와 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 안드레 에밋 혹은 조 잭슨 시리즈가 될 조짐이다. 1~2차전서 두 사람의 희비에 따라 승패도 뒤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에밋과 잭슨이 두 팀에서 경기에 미치는 지배력이 가장 높다.
오리온은 1~2차전서 에밋 봉쇄법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정규시즌, 4강 플레이오프서 다른 팀들이 해내지 못했던 특수한 방식이었다. 오리온이 자체적으로 에밋의 파괴력을 통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었다.
반면 KCC는 1~2차전서 조 잭슨에 대한 확실한 마크를 선보이지 못했다. 잭슨 특유의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행보가 KCC의 경기력에도 고스란히 영향력을 미쳤다. 오리온과는 달리 잭슨 변수를 자체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 KCC도 나름대로 1~2차전서 잭슨 수비법을 준비했지만, 효과적이지 않았다.
▲에밋 시리즈
오리온의 에밋의 습관을 철저히 분석, 맞춤형 봉쇄법을 내놓았다. 수비센스가 있고 힘과 스피드를 두루 갖춘 김동욱이 에밋을 맡았다. 그는 "내가 공격수의 페이크에 잘 속지 않는 편이다. 다른 선수들 도움수비도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에밋이 세트 슛은 정확하지만, 공을 잡고 곧바로 올라가는 점퍼 혹은 페이드어웨이에 약한 점에 착안했다. 실제 에밋은 공을 잡으면 탑으로 이동하는 습관이 있다. 슬금슬금 치고 들어온 뒤 페인트존에서 플로터 혹은 레이업으로 처리하는 게 주요 루트. 오리온은 김동욱이 외곽에서 바짝 붙어 3점슛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에밋의 중앙 돌파를 유도한 뒤, 페인트존에 들어서면 애런 헤인즈, 허일영 등 나머지 2~3명이 적절한 간격을 두고 서서히 좁혀 들어온다. 이들은 정희재, 신명호 등을 버린다. 에밋의 패스와 돌파를 동시에 저지하기 위한 섀깅 디펜스. 추일승 감독은 "에밋이 괴로워하는 표정이 보였다"라고 했다.
에밋은 동료를 활용, 1차전서 이 수비를 깼지만, 전반적으로는 고전했다. 빨리 공을 처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동료에게 볼이 넘어가면 이미 공격제한시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오리온은 로테이션 수비가 아주 좋다. 2차전서 김동욱과 이승현의 체력안배와 동시에 팀 수비력을 유지시켰다. 오리온의 체력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KCC와 에밋은 이 수비법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잭슨 시리즈
KCC도 잭슨의 습관을 꿰뚫고 있다. 추승균 감독은 "잭슨이 왼쪽으로 돌파하면 슛과 페넌트레이션을 모두 시도하고, 오른쪽으로 돌파하면 슛만 던진다. 왼쪽 70%, 오른쪽 30%"라고 했다. 실제 KCC는 1~2차전서 신명호가 잭슨의 오른쪽 돌파를 유도했다. 아무래도 잭슨은 돌파력보다는 슈팅력에 기복이 있다. 특히 3점라인 밖에서는 썩 타이트하게 붙지는 않는다.
KCC는 딜레마가 있다. 신명호는 수비력이 좋지만, 공격력이 떨어진다. 오리온은 에밋 수비를 위해 신명호를 마크하지 않는다. KCC로선 선택을 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2차전서는 에밋이 14점에 그치자 공격력 강화를 위해 김태술을 기용, 잭슨에게 붙였다. 그러나 발이 빠르지 않은 김태술은 잭슨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이 부분을 완벽하게 풀어내지 못하면 KCC는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추승균 감독은 2차전 직후 "신명호 출전시간을 늘리겠다"라고 했다. 결국 잭슨 수비를 공고히 하면서 에밋에 대한 오리온 수비를 깨겠다는 의지다.
오리온 내부적으로도 잭슨에 대한 고민은 있다. 자체적으로 기복이 있다. 잭슨은 무리한 슛 셀렉션으로 오리온을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속공 상황서 수비수를 달고 터프한 외곽슛을 날리는 것이다. 그는 1차전 2~3쿼터에 KCC의 추격 흐름을 제공한 당사자였다. 추일승 감독은 "잭슨에게 트랜지션, 어시스트, 득점 순으로 신경을 쓰라고 한다. 물론 4쿼터에 공격적인 플레이는 지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사실 2차전 3쿼터에 3점슛 연속 3방 등 폭발적인 트랜지션과 마무리 능력으로 승부를 직접 끝냈지만, 그 슈팅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1차전과 마찬가지로 KCC 반격을 제공할 수 있었다. 추일승 감독은 "애도 아니고 항상 그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런 대목은 KCC에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모비스가 정규시즌 6라운드 맞대결서 전면강압수비로 잭슨을 괴롭히자 파울 콜에 흥분한 잭슨이 플레이 도중 심판에게 불만을 드러내며 팀의 대패를 제공했던 사례도 있다. KCC로선 잭슨의 신경을 건드리면서 평정심을 무너뜨리는 집요한 수비가 필요하다.
[에밋(위), 잭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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