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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캡틴 아메리카:시빌워’ 개봉(4월 28일)이 한달 남았다.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둘러싸고 이에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 팀과 찬성하는 아이언맨 팀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리는 작품이다. ‘캡아3’의 정치적 의미,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솔져의 러브스토리, 스파이더맨의 활약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코넷티커 주 스탬포드 한가운데서 뉴 워리어스 멤버가 리얼리티 TV쇼를 찍던 중 빌런들과 전투가 벌어져 어린 아이를 포함해 6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국 정부가 모든 슈퍼 휴먼이 자신들의 정체와 능력을 대중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자 아이언맨은 자진해서 슈퍼 휴먼의 등록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겠다고 나선다.
캡틴 아메리카에게 슈퍼히어로 등록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다. 그는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자신의 뜻에 따르는 히어로들과 함께 지하로 숨어 비밀리에 활동을 시작한다. 양측의 의견 충돌은 크나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결국 내전으로 이어진다.
‘시빌워’는 미국에서 2006년 출간됐다. 미국 정부는 2006년 조지 부시 대통령 정권 때부터 테러 예방을 위해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해왔다. 정부는 실제로 테러를 예방했다며 개인정보 수집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한 반면, 뉴욕타임스 등 언론은 정부 권한의 확대가 남용될 여지가 많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팽팽히 맞섰다.
실제 2006년에는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 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빈번하게 일어나 미국민의 불안감이 커져가던 시기였다.
‘시빌워’는 정확하게 이 시기에 나왔다. 정부가 테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국가 안보와 개인의 자유가 충돌했을 때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오갔다.
마블의 코믹북을 번역하는 미국만화전문가 이규원 씨는 “원작 코믹북은 수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해 각자의 입장을 내놓으며 치열하게 대결하는 재미가 있다”면서 “마크 밀러는 9.11 테러 이후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을 시빌워의 형태로 전개시켜 보여준다”고 평했다.
즉, ‘시빌워’는 단순한 코믹북이 아니라 9.11 테러 이후의 미국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정치적 텍스트라는 설명이다.
‘시빌워’소설판에서 아이언맨은 전 세계의 테러를 막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슈퍼 휴먼으로 인한 대량 살상은 막을 수 있다며 슈퍼히어로 등록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언론은 어련히 잘 지내는 슈퍼 휴먼들에게 정부가 급여와 혜택을 주는 것이 온당하냐, 아이언맨 소유의 회사가 9.11 테러 이후 국토안보부와 맺은 계약 덕분에 상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느냐 등을 추궁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그는 ‘영 어벤져스’ 멤버 스태처가 “우린 이제 다 범죄자잖아요. 다들 우리를 잡으려 들 거라고요”라고 걱정하자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영웅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음 편히 활동하며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싸워서 그 자유를 얻어내야 한다. 이제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국가를 처음부터 새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것도 우리 힘으로 쟁취해 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결국 ‘시빌워’는 아이언맨팀의 ‘정부군’과 캡틴 아메리카팀의 ‘저항군’의 격돌을 그린 정치적 작품이다. 루소 형제 감독의 ‘캡틴 아메리카:시빌워’가 이러한 원작의 정치적 의미를 어떻게 담아낼지 영화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 디즈니, 마블]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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