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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1971년에 데뷔한 보니 레잇은 루츠 록(Roots Rock, 블루스와 포크록 그리고 컨트리 음악이 뒤섞인 가장 미국적인 대중음악 장르)을 편애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슬라이드 기타를 기막히게 연주할 줄 아는 블루스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블라인드 윌리 존슨이나 선 하우스, 로버트 존슨 같은 까마득한 블루스맨들이 나아갈 길을 터준 슬라이드 기타 주법은 보틀넥(Bottleneck)이라는 손가락 도구로 음들을 취하게 만든다. 라이 쿠더나 에릭 클랩튼도 흔히 쓰는 이 주법을 보니 레잇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써왔고, 자신의 음악 안에서도 그것들이 잘 여물게끔 익히고 반영하였다.
이 음반 ‘Dig in Deep’은 그런 보니 레잇의 17번째 정규 앨범으로, 명반이다. 곡들은 마치 이 앨범을 위해 이미 거기에 있었던! 마냥 자연스럽게 흐르고, 들썩이는 그루브에도 조각의 흔적은 있을지언정 조작의 흔적은 없다. 차분하고 신나는 분위기, 그러니까 ‘Undone’과 ‘If you need somebody’ 사이에 감도는 기분 좋은 양면성은 이 앨범의 전반에 걸쳐 있다. 넘치지 않는 연주의 부대낌에서 여유와 조화는 약속처럼 번져나오고, 그 여유로운 조화는 다시 음악의 심장이 되어 두근댄다. 팔순을 앞둔 버디 가이가 그래미상을 받은 바로 그 느낌으로, 환갑을 훌쩍 넘긴 보니 레잇의 음악은 지금도 아니, 지금 더 따뜻하고 흥에 겹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보니 레잇의 연주와 음악은 이글스와 지지탑이 만난 것이라고. 가령 지금 내 방 안을 채우고 있는 ‘The ones we couldn’t be’가 이글스라면 시원한 드럼 인트로를 가진 ‘The comin’ round is going through’가 바로 지지탑이다. 루츠 록은 그래서 미국인의 ‘뿌리’ 같은 음악 장르다. 그것은 미국인의 정서에서 태어나 미국인의 정서 위에 군림한다. 듣기엔 편하지만 그 맛은 오직 장인들만이 낼 수 있는 장르가 바로 루츠 록이다. 건반과 베이스와 드럼과 기타와 보컬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지만 그 안에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다. 그렇다고 무뚝뚝한 보수성은 아니다. 음을 비틀어야 비로소 제 소리를 내는 블루스라는 장르 성향 상 보니 레잇의 루츠 록에는 질서를 파괴하는 질서가 있는 것이다. 인엑시스의 유일한 빌보드 넘버원 싱글 ‘Need you tonight’를 멋있게 커버한 모습에서 그 양날의 질서는 다시 한 번 번뜩인다.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의 키스 에머슨을 비롯 거장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을 마감하는 요즘, 보니 레잇의 신보는 그래서 더 값지고 또 고마운 작품이다. 흠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흠일 이번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대중음악이 보편적 대중 정서에 부합할 때, 우린 그 때마다 숱한 명인과 명반들을 마주해왔다. 보니 레잇과 ‘Dig in deep’도 마찬가지다.
[사진 제공 = 워너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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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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