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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베이징 이용욱 특파원]본지를 통해 소개된 바 있던 중화민국의 전 저명 문화학자 장둥쑨의 저작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 소개된다.
장둥쑨(張東蓀)이 지난 1930년~1940년대 중화민국에서 출간한 '가치철학'(1934), '인식론'(1934), '지식과 문화'(1946), '사상과 사회'(1946), '이성과 민주'(1946)가 본지 이용욱 특파원의 번역으로 순차적으로 한국어판이 나오게 됐다.
우선 '가치철학'과 '인식론'을 묶어 '다원 인식론'(가제)으로 첫 권이 곧 나오게 되며 '인식의 다원론을 다시 진술함', '철학이란 대체 무엇인가', '지식사회학과 철학', '한국 통일운동의 교훈'이 부록으로 담겨 있다.
한국어판 역자는 장둥쑨 저작의 한국어판 출판을 위해 호주에 체류 중인 장 선생의 손자 장허츠(張鶴慈) 선생으로부터 출판 허가를 따냈으며 한국어판 출간에 앞서 장 선생의 전언을 받아 한국어판 역자 서문에 소개했다.
'다원 인식론'을 1차로 소개한 후 '지식과 문화', '사상과 사회', '이성과 민주'가 지식사회학 시리즈로 순차적으로 이어서 출판될 예정이며 이 책들에는 장둥쑨 선생의 문화주의적 철학의 진수와 그 학술적 공력 외에도 그의 심성(心性)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장둥쑨은 중화민국 베이징정부 연구계 상지학회(尙志學會)와 국민정부 중국철학회(中國哲學會) 발간 '철학평론(哲學評論)' 편집위원 및 이사회 이사와 칭화(淸華)대 '문철월간(文哲月刊)' 편집인을 역임했으며 광화(光華)대 문과대 학장, 칭화대 문과대 지도교수, 옌징(燕京)대 철학과 주임을 지냈다.
장둥쑨은 계몽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 계열의 직계 후계자로 민국 학술 진영의 중진으로서 학자들 양성에 힘썼을 뿐 아니라 민국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연구의 선구자로도 후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내에서는 장둥쑨이 지난 1950년 중국민주동맹 정치국 위원으로 재임 중에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에 반대했다는 사실이 관련 출판물을 통해 최근에 와서는 시중에 공개된 상태이다.
장둥쑨은 지난 1951년 이후 중국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비록 사라져야했지만 우리는 중국의 참전에 반대했던 중국의 고급 지식인이 어떠한 사상적 노정을 걸어왔는가에 대해 차분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역자는 이같은 민감한 사안에 직접 무리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장둥쑨이라는 학자의 학술적 매력과 그의 지난했던 문화적 분투의 여정을 한국어로 정성껏 소개하는 작업을 통해 한중 두 나라가 향후 과거를 돌아보며 더욱 성숙한 교류의 노정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번 책임 번역을 맡게 됐다.
장둥쑨의 외교적 노력과 지성적 분투가 오늘날에 와서는 당대 중국의 문명적 사회주의 건립 취지에도 무난히 맞을 수 있는 면이 있고 통일을 그려나가야 할 대한민국 지성인들의 역사적 인식의 폭을 더욱 넓혀줄 수도 있는 만큼 장둥쑨 선생의 저작이 우리에게 성찰하게 해주는 바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상하이 시절의 장둥쑨. 사진 = 광화대학 연감(1930년)]
김태연 기자 chocola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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