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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의 대항마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개봉 7주차 영화인데도 말이다.
'주토피아'는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와 본의 아니게 파트너가 된 여우 사기꾼 닉 와일드가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1위인 주토피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 실종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아무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지만 '주토피아'가 7주차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점령하며 대작 신작들과 경쟁하고 있는 건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일이다. '주토피아'가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영화가 적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주토피아'가 처음부터 관객몰이를 한 건 아니다. 개봉일이던 지난달 17일 '데드풀', '검사외전', '좋아해줘'에 밀려 일일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한 '주토피아'는 가족 관객이 몰리는 주말 흥행 순위를 한 계단 끌어 올렸다. 2주차 주말에도 다시 박스오피스 순위가 상승,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귀향'에 이어 흥행 2위 자리를 꿰찼다. 시간이 지나 순위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다시 역주행을 펼치며 '극장가의 진정한 승자는 주토피아'라는 평까지 받았다.
이처럼 '주토피아'가 무려 7주 동안 장기흥행하게 된 데는 영화가 가진 힘이 주요했다. '주토피아'는 연령별로 각기 즐길 포인트가 다른 애니메이션. 아이들이 귀여운 동물 캐릭터에 열광할 때 어른들은 현실을 담아낸 스크린 속 세상에 공감하고 씁쓸해했고 또 한편으로는 위안을 받았다. 동물들의 특성을 유머 코드로 쓴 건 신의 한 수. 유머와 의미 모두를 담아낸 '주토피아'가 입소문을 탄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주토피아'가 흥행 가도를 달릴 동안 개봉된 영화는 아쉬움을 불러 일으켰다. '귀향'이 폭발적 흥행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3.1절 특수를 타지 않았다면 그리고 영화의 필요성과 의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흥행으로 이어질 수 없는 영화였다. 의미는 있었지만 영화적 만듦새 면에서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래서인지 '주토피아'보다 늦게 개봉했음에도 흥행 끝물을 달리는 중이다.
'귀향'과 같은 이유로 '주토피아'의 흥행에 제동을 걸지 못한 작품들이 더 있다. 만듦새가 아쉬운 '순정', '남과 여', '무수단', '히야' 등이다. 이들과 달리 '널 기다리며'의 경우 평이 엇갈렸고 '설행_눈길을 걷다', '섬. 사라진 사람들', '스포트라이트', '사울의 아들', '룸' 등은 대중적이지 못해 흥행의 고배를 마셨다.
개봉 7주차에도 박스오피스 2위를 질주중인 '주토피아'의 놀라운 흥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압도적 관객몰이 중인 신작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을 제외하고는 '주토피아'의 흥행을 위협할 만한 작품이 없기 때문.
개봉을 앞둔 오달수 주연의 '대배우'는 영화 그리고 영화판의 인물들에 대해 아는 만큼 재미있는 영화라 다수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사기 힘들다. 이병헌이 출연한 할리우드 '미스컨덕트'는 오히려 한국영화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여기에 '커터'와 '수색역', '고백할 수 없는'은 다수의 관객 보다는 다양한 한국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작품이다.
물론 '주토피아'는 장기 흥행할 만한 영화다. 의미와 웃음을 다 잡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주토피아'가 7주 동안 흥행 질주를 펼치는 동안에 몇 작품을 빼고는 이를 위협할 작품이 없었다는 현실은, 그만큼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가 없었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만 하다.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포스터.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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