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지난 시즌 종료 후 SK 안방 자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재원과 함께 포수 자리를 나눠 맡았던 정상호가 FA 선언을 한 뒤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이로 인해 이재원이 확고한 주전 포수로 떠올랐다. 여기에 김민식과 이현석이 백업 포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코칭스태프 역시 지난해 하세베 유타카 코치 대신 박경완 코치가 SK 포수들을 지도하게 됐다.
정상호가 이탈하며 주위에서 걱정하는 시선을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세 명 중 가장 포수 경험이 많은 이재원도 아직까지 포수로만 풀타임을 소화하지는 않았으며 김민식과 이현석은 1군 안방 자리를 맡은 경험이 많지 않다.
▲ 시범경기, 3명 모두 수준급 도루 저지율 남겨
일단 시범경기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재원의 경우 한층 농익은 모습을 보였으며 김민식과 이현석도 전혀 긴장하는 모습 없이 투수들을 이끌었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점은 도루 저지율. 이재원은 상대 13차례 도루 시도 중 8차례나 저지했다. 4할대만 돼도 도루 저지율이 높다고 하지만 이재원의 시범경기 도루 저지율은 무려 .615다.
이번 시범경기에 나선 포수 중 한 차례 도루 시도를 저지한 허도환(한화)과 박재욱(LG)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다.
김민식과 이현석도 수준급 도루 저지율을 남겼다. 나란히 8차례 시도 중 3차례를 저지하며 .375를 기록했다.
물론 도루 저지율의 경우 투수의 빠른 퀵모션도 중요하지만 포수의 송구 동작이 빠르고 정확하지 않다면 상대 도루 시도를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도루 저지율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 숫자로 SK 포수 3인방은 자신들의 실력이 향상됐다는 것을 마음껏 드러냈다.
▲ "노하우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 SK 포수 3인방, 경쟁자 < 동반자
이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이유로 박경완 코치의 지도를 빼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코치가 아무리 선수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을 알려주려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 효과는 미미하다.
이재원과 김민식, 이현석은 단순히 코치에게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끼리 의기투합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재원의 말에 이러한 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재원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상대팀 선수의 특성 등 내가 알고 있는 노하우에 대해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평소에도 포수들끼리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다양한 상황과 의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실전에서 적용해가는 과정에서 셋 다 도루 저지율이 좋아진 것 같다. 내 성적도 성적이지만 (김)민식이나 (이)현석이가 주자를 잡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민식의 말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오키나와 연습경기 초반에 도루를 잘 잡지 못해서 초조했다"며 "어쩔줄 모르고 있었는데 (이)재원이 형이 괜찮다고, 시즌 들어가서 잡으면 된다고 말해줘서 정신적으로 많은 힘이 됐다"고 전했다.
단순한 격려가 전부는 아니었다. 또 김민식은 "재원이 형은 팀별로 뛰는 주자와 뛰지 않는 주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초구부터 무조건 뛰는 스타일인지, 볼카운트에 따라 뛰는 주자인지 등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자신감을 많이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역시 포수들간의 많은 대화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석은 "포수들끼리 어떤 플레이가 이뤄지거나, 이닝을 마친 뒤에 당시 상황에 대해서 다양한 대화를 나눈다"며 "이 때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미리 몸과 마음이 준비가 돼 있어 더욱 정확한 송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외에도 모든 상황과 경우의 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공유하다보니 대화 때 나눈 이야기를 실전을 통해 체득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SK에 좋은 포수 선배들이 있어서 든든하고 스스로 좋아지는 걸 몸소 느끼게 되니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이재원과 김민식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프로 선수는 모두 경쟁자다. 특히 같은 포지션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들은 경쟁자 뿐만 아니라 동반자 관계도 형성하며 서로를 통해 자신들의 실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석, 박경완 코치, 이재원, 김민식.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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