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년은 꾸준히 해야 팀의 기둥이 된다."
야구 지도자들, 관계자들은 "3년은 꾸준히 활약해야 그 선수를 진짜 인정할 수 있다. 그 성적을 그 선수의 애버리지로 믿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 1~2년 반짝 하다 프로야구판을 떠난 선수가 수 없이 많다. 반면 3년 정도 꾸준히 수준급 성적을 올린 선수는 그 팀의 주축 멤버가 되고, 이후 FA를 통해 대박을 터트리는 케이스를 많이 목격했다. 결국 이런 선수가 많은 팀이 수준급 성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이 지론을 신뢰한다. 3년 정도 제 몫을 한 선수가 팀의 '기둥'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넥센은 지난 2년간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밴헤켄이 퇴단했다. 한현희, 조상우는 부상으로 올 시즌을 뛸 수 없다. 염 감독은 팀을 지탱하는 기둥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넥센은 17승1무13패, 4위로 선전하고 있다. 최하위 후보라는 시즌 전 전망과는 정반대다. 팀이 건강하게 굴러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기둥은 기둥 속에서 성장한다
염 감독은 기둥은 또 다른 기둥 속에서 성장한다고 믿는다. 그는 "팀 성적은 기본적으로 기둥들이 이끌어가야 한다. 기둥이 아닌 선수들(잠재력이 있지만, 1군 풀타임 경험이 적어 자신만의 애버리지가 없는 선수들)이 팀의 중심이 되면 부담이 돼서 망가진다"라고 했다.
넥센 선수구성을 보면 이해가 된다. 염 감독은 "김민성은 3년 전 백업 3루수였다. 서건창은 3년 전에 신고선수 출신이었다. 김하성도 가능성 있는 선수였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박병호와 강정호, 이택근, 유한준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들 사이에서 부담 없이 기량을 발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했다.
그 결과 서건창과 김민성의 경우 박병호, 강정호, 유한준이 떠난 지금, 넥센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기둥으로 올라선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은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또 다른 선수들이 기둥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넥센에선 외야수 임병욱, 고종욱, 포수 박동원 등이 기둥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염 감독은 이들을 두고 "(기둥이 되는)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이 선수들에게 당장 많은 걸 기대하면 안 된다. 결과에 관계없이 자신의 야구를 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기다리면 된다"라고 했다. 그렇게 기둥이 늘어나면, 넥센은 다시 강해질 수 있다. 염 감독은 "기둥이 6명 정도 있으면, 나머지 3명은 부담 없이 클 수 있다"라고 했다.
▲기둥론, 적절한 관리와 개입
기둥이 그냥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사령탑의 적절한 관리와 개입이 필요하다. 염 감독은 과거 조상우를 1군에서 거의 기용하지 않은 채 1군 선수단과 동행시켰다. 2군 등판 스케줄이 있을 때만 다녀오게 한 뒤, 1군에서 훈련을 시키고, 경기를 보게 하며 스스로 느끼게 했다. 그 결과 조상우는 빠르게 1군에 적응, 지난해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불펜으로 거듭났다.
기둥을 만들기 위한 사전 과정이었다. 지금도 염 감독은 사전작업을 이어간다. "신인포수 주효상을 1군에 데리고 다니면서 훈련을 시킨다. 박철영 배터리 코치에게 맡겼다"라고 했다. 이어 "1군 경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1군에서 뛰고 싶은 열망이 생길 것이다. 그걸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마운드의 경우 타선에 비해 기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 특히 불펜보다는 선발 쪽이 그랬다. 올 시즌 신재영과 박주현을 동시에 발굴, 선발로 기용 중이다. 지금까지는 기대 이상이다. 여기에 염 감독은 적절한 개입을 통해 기둥을 만드는 작업을 뒷받침한다. 그는 "다음주 쯤에 하영민을 넣어서 일시적으로 6선발을 만들 생각이다. 그러면 기존 선발투수들이 일주일 로테이션으로 한 차례씩 등판할 수 있다. 144경기를 치르니 한번 정도 그렇게 던질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특히 프로에서 선발로테이션을 처음으로 소화하는 신재영과 박주현에겐 체력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염 감독은 두 투수가 선발진의 기둥으로 성장하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마운드는 타선과는 달리 기존의 기둥이 아무래도 약하다. 때문에 염 감독의 관리와 개입이 좀 더 디테일하다.
또 하나. 염 감독은 올 시즌 이보근과 김세현이 홀드왕, 세이브왕이 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한다. 그는 "타이틀을 1~2차례 따내야 상대가 쉽게 보지 않는다. 상대 입장에선 일종의 벽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 벽은 넥센으로선 또 다른 기둥이다.
이밖에 염 감독은 기존 주전들에게 종종 휴식을 부여, 장기레이스를 대비하면서 또 다른 선수들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올 시즌 타점 생산력과 펀치력이 부쩍 좋아진 박동원이 대표적이다. 염 감독은 8일 고척 KIA전서 박동원을 4번타자로 기용했다. 외국인타자 대니 돈이 휴식하면서 4번 타순이 비었다. 염 감독은 "한번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해서 넣었다"라고 했다. 그날 박동원은 무안타에 그쳤다. 그래도 전광판에 새겨진 '4번타자 박동원'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 간직할 정도로 특별한 날이었다. 넥센의 기둥으로 성장하기 위한 보완점과 자신감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넥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