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은 시즌 첫 4연패를 당했다.
19승1무10패. 여전히 단독선두다. 시즌 초반 워낙 벌어둔 승수가 많았다. 2위 NC가 1경기, 3위 SK가 1.5경기 차로 추격 중이다. 이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도 없다. 어차피 장기레이스에서 고비는 찾아오게 돼 있다. 144경기서 아무런 악재 없이 선두를 독주하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가뜩이나 올해 KBO리그는 일찌감치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됐다.
그렇다면 시즌 첫 4연패한 두산은 위기의식 없이 시즌을 치르면 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왜 4연패에 빠졌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자체적인 비판과 반성은 장기레이스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시발점이다.
▲4연패 근본적 원인은 불펜
두산은 5일 어린이날 LG전서 연장 11회말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당시 LG 채은성의 끝내기 득점이 홈 충돌 방지법에 의해 인정된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두산으로선 정재훈과 이현승, 두 필승계투조를 투입하고도 패배한 게 더 뼈아팠다.
정재훈과 이현승은 올 시즌 매우 좋은 활약을 펼친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시즌 평균자책점이 0일 수는 없다. 이들 역시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결정적인 실점과 패전을 떠안을 수 있다. 더구나 두 사람은 37세와 34세의 베테랑이다. 당시 두 사람은 1일 광주 KIA전에 이어 나흘만에 등판했다. 휴식은 충분히 보장됐다. 그러나 패전투수가 된 정재훈의 경우 이미 15경기서 21⅓이닝을 소화한 상태다. 불펜투수로 한정하면 송창식, 장민재, 권혁(이상 한화)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당시 두산은 26번째 게임을 치르는 중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걱정할 정도로 시즌 초반 정재훈을 많이 활용하는 건 사실이었다.
두산이 그만큼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았다. 문제는 박빙 승부서 경기 막판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 일명 필승계투조가 정재훈, 이현승 뿐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올 시즌 사정이 나아진 게 이 정도다. 작년의 경우 전반기 막판 이현승이 마무리투수로 자리잡기 전까지 혼돈 그 자체였다. 다 잡은 경기를 수 차례 놓쳤다.
두산은 롯데와의 주말 홈 3연전서 정재훈과 이현승을 쓸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선발투수들도 조금씩 흔들렸고 타선도 침묵했다. 그러나 장기레이스의 사이클을 감안하면 예고된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선발진과 타선은 정말 잘해왔다. 문제는 정재훈과 이현승을 제외한 불펜 투수들이다. 거의 제 몫을 해내는 투수가 없다.
지난해 좌완 셋업맨 함덕주는 9일 또 다시 1군에서 말소됐다. 김강률과 윤명준은 컨디션 난조로 1군에서 힘을 보태지 못하는 실정. 그나마 사이드암 오현택이 분전했지만, 부족했다. 필승계투조의 질과 양이 리그 정상급과는 거리가 있다. 결국 김강률, 윤명준, 함덕주가 좀 더 분발해야 한다. 진야곱, 이현호 등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수년간 두산이 안고 있는 과제다. 해결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구단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정재훈과 이현승도 베테랑이라 향후 수년간 꾸준히 활약한다는 보장은 없다.
▲위기관리능력
불펜 문제는 당장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 지난 몇 년간 안고 있었던 문제를 하루 이틀 만에 해결하는 건 무리다. 그런데 시즌은 계속된다. 두산으로선 이 아킬레스건을 안고 순위싸움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체적인 위기관리능력이 필요하다. 두산은 지난해 불펜 문제로 후반기 들어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그래도 크게 무너지지 않으면서 3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고비마다 타선과 선발진이 불펜 아킬레스건을 적절히 만회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마찬가지였다.
두산 타선은 4월 말부터 조금씩 하향세를 그렸다. 오히려 8일 롯데전서 11득점하며 바닥을 친 느낌이다. 2~3경기 연속 부진할 정도로 내공이 약한 선발투수들도 없다. 5선발 허준혁이 약간 불안하지만, 1~4선발만 탄탄해도 안정적으로 승수를 쌓는 데 큰 문제는 없다. 결정적으로 김태형 감독의 장기레이스 운영은 지난해 검증이 끝났다. 그는 안전하게 시즌을 운영하면서, 상황에 따라 재빠른 판단력과 리더십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능력이 있다.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두산이 이번 4연패를 계기로 중, 하위권으로 고꾸라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두산은 이번주 주중 3위 SK, 4위 넥센과 원정 6연전을 갖는다. 쉽지 않은 스케줄이다. 당장 SK와의 3연전서 위닝시리즈를 챙기지 못하면 2위 NC나 SK에 선두를 내줘야 할 수도 있다. 넥센 역시 만만찮은 상대다. 지금이야말로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할 때다. 이번주에 올 시즌 두산의 진정한 민낯을 확인할 수 있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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