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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쿠니무라 준이 굵고 강렬하게 한국 영화 현장을 경험했다. 약 80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가 가장 힘들었다고 꼽았지만, 다시 한 번 나홍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킨 곳이 바로 ‘곡성’의 촬영 현장이다.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쿠니무라 준이 걷잡을 수 없는 소문의 중심에 선 외지인 역을 맡았다.
“나홍진 감독님이 일본에 방문, 그 때 시나리오를 전달 받았어요. 그 책을 읽고 출연하게 됐죠.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들으며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는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했지만 흥미로웠죠.”
쿠니무라 준은 나홍진 감독의 연출작을 보지 못했지만 ‘곡성’ 출연을 결심했다.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역할, 또 다른 도전이라 망설인 부분도 있었다. 게다가 초반 쿠니무라 준이 건네받은 시나리오에서는 외지인이 전라로 등장했다. 이 부분은 상영등급을 고려, 훈도시(일본 전통 남성용 속옷)를 입는 선으로 조정됐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거의 옷을 안 입고 있어요. 몸을 그렇게까지 노출할 수 있을 지도 걱정되는 부분이었죠. 처음 받은 시나리오는 완전히 전라 노출이었어요. 그건 좀 고민이 되잖아요. (웃음)”
‘곡성’은 쿠니무라 준의 첫 한국 영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한국 배우와 스태프들도 입을 모아 힘들다고 말하는 나홍진 감독의 현장에서 처음 한국 영화를 경험했으니 그에겐 꽤 센 신고식인 셈이다.
“나홍진 감독의 현장이 치열하다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됐어요. 촬영하면서 ‘한국 영화는 다 이렇게 힘든 현장이구나’라고 생각했죠. 일본 영화 현장은 감독이 모든 걸 컨트롤 하지는 않아요. 나홍진 감독은 모든 걸 컨트롤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으로 느껴졌어요. 말을 바꾸자면, (일본의 현장에 비해) 좀 제멋대로 느껴지기도 해요. (웃음)”
‘곡성’의 혹된 촬영 현장을 두고 너스레를 떤 쿠니무라 준이지만 나홍진 감독이 다시 불러준다면 응할 것이라 말했다. 다만 ‘곡성’ 때보다 더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질 것이고, 한계점을 더 빨리 맞게 될 것이라며 이를 나홍진 감독이 수용해 준다면 다른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한국의 스태프들을 향한 놀라움도 내비쳤다. 그는 일례로 자신이 폭포수를 맞으며 수련하는 신을 꼽았다.
“로케이션이 낯설어 힘들었다기 보다 산속 촬영이 많아 산에 올라가는 게 힘들었어요. 폭포를 맞고 있는 신을 찍는 장소가 꽤 높은 곳에 위치했어요.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었죠. 촬영을 시작했는데, 크레인으로 찍고 있더라고요. ‘이 크레인을 어떻게 올렸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크레인을 산 위로 올린 스태프들의 고생을 생각하니 제가 힘들다고 이야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웃음)”
쿠니무라 준은 생애 첫 칸 영화제 참석에 대한 설렘도 전했다. 자신의 첫 칸 영화제 초청, 그것도 일본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경험을 할 예정이다. ‘곡성’은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 가요. 몇 년 전 베니스 영화제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굉장히 즐거웠어요. 칸을 가는 것도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한국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쿠니무라 준은 적대적 일본인, 전형적인 일본인 캐릭터만 아니면 언제든 한국 영화와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첫 한국 영화이기는 했지만 한국 배우들과 작업도 즐거웠고, 나홍진 감독님과 작업도 좋았어요. 섭외만 들어온다면 출연하고 싶어요. 하지만 일본인이 적대적인 상황, 일반적 스테레오 타입의 역할로만 성립되는 캐릭터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중립적 상태에서 변할 수 있는 역할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쿠니무라 준.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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