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첫 도전이라는 것, 그것도 국내에서만 열 번째 시즌을 할 정도로 사랑 받는 작품을 한다는 것, 무대 연기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130분을 거의 홀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 배우에게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런 부담스러운 일을 작품에 대한 애정, 연기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시도한 배우가 있다. 최근 떠오르는 젊은 연기자 중 ‘대세’로 인정받은 변요한이 주인공. 독립 영화에 이어 드라마 ‘미생’, ‘육룡이 나르샤’로 얼굴을 알린 변요한은 올해 ‘헤드윅:뉴 메이크업’에 캐스팅 돼 무대에 올랐다.
사실 변요한의 ‘헤드윅’ 캐스팅은 파격 그 자체였다. ‘뉴 메이크업’이라는 부제답게 새로운 시도로 시선을 모은 ‘헤드윅’은 캐스팅으로도 신선함을 주려 했다. 때문에 변요한 캐스팅은 참 신선했고, 그의 뮤지컬 첫 도전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기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노래 실력을 인정 받았다고는 하나 ‘헤드윅’은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130분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이미 앞서 몇몇 배우들이 섣불리 헤드윅 역에 도전했다가 다소 실망스러운 무대를 보여준 전적이 있었기에 변요한의 헤드윅 역시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금지였다. 무대를 직접 보고 판단해야 했다. 우선 변요한은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중간 합류였기에 판단은 조금 미뤄졌다. 그래도 앞서 공개된 콘셉트 사진은 훌륭했다.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 메이크업 등을 훌륭히 소화하며 색다른 헤드윅의 모습으로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드라마 종영 후 본격적으로 변요한의 헤드윅, 일명 ‘변드윅’의 공연이 시작됐다. 초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었던 것이 사실. 이미 베테랑 선배들이 거쳐간 ‘헤드윅’이기에 어찌 보면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변요한은 나름 단점을 보완하고 있는 중이다. 초반 일부에서 지적했던 대본 숙지는 공연이 거듭될수록 나아지고 있다. 첫 뮤지컬이지만 무대 적응력도 뛰어나고, 관객들을 쥐었다 폈다 하는 능력도 나름 있다.
다소 신경질적인 성격의 헤드윅을 표현하며 능글맞고 과감한 표현을 한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감정 연기가 돋보이고, 무엇보다 가창력이 뛰어나다. 또 몸을 잘 쓰고 춤 실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어순이 맞지 않는 대사를 자주 반복하고, 이야기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애드리브를 하는 것은 아쉽다. 또 예상과 달리 대사 전달력과 표현력이 어색하고 부족해 아쉬움을 준다.
본인은 후기를 챙겨본 듯 “나 대사 씹은 것 아니다”, “웃음을 주기 위한 내 레퍼토리다”며 다소 뻔뻔한 애드리브로 당당하게 해명하고 웃음을 주려 하지만 이는 다소 민망한 순간. 다수에게 재미있는 애드리브가 아닌 실수로 보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혼낼 게 아니라 실수조차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만들었던 앞선 ‘헤드윅’ 선배들의 프로다운 선례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그래도 변요한의 첫 뮤지컬은 성공적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외적인 면이나 가창력, 움직임 등이 좋기 때문에 무대에서의 연기적인 부분만 보완한다면 앞으로 지속적인 활동도 기대해볼만 하다.
뮤지컬 ‘헤드윅’. 공연시간 130분. 오는 6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문의 02-749-9037
[뮤지컬 ‘헤드윅’ 공연 이미지. 사진 = 쇼노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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