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프랑스 칸 곽명동 기자] 박찬욱 감독의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주도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나중에 보면 누군가 통제하고 의도한대로 끌려가는 상황에 걸려든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올드보이’의 오대수다. ‘아가씨’에서도 백작(하정우)은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짰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또 다른 의도에 무릎을 꿇는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자기 의지로 하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닌거죠. 그것이 항상 사람을 좌절시키고, 인생을 돌이켜보게 만들어요. 아닌 것을 알았을 때 운명의 장난에 대한 패배감이 드는데, 저는 그런 이야기에 끌려요. 그러나 패배했다고 해서 엎어지는게 아니라, 그 다음에 또 싸우기 시작하죠. 그게 핵심입니다.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은 없지만, 그 순간부터 진짜 투쟁이 시작됩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은 원작소설부터 자신의 영화의 주요 테마에 이르기까지 ‘아가씨’의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칸 경쟁에 오른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모두 원작이 있는 작품인데.
원작은 출발점에 불과하죠. 마지막에 이르면 원작과 영화는 많이 달라집니다.
-극중 하녀 숙희(김태리)가 젖을 물려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모성애를 원한 것인가.
‘숙희와 히데코(김민희) 중에 누가 더 남성적이야’라는 궁금증이 있을 거예요. 동성애 관계를 볼 때, 그런 시각이 많아요. 전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았어요. 히데코가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면이 있는가 하면, 주도하기도 하죠. 숙희가 더 어리지만, 더 씩씩한 측면도 있고요. 동성 커플의 고정된 성 역할을 흐트러뜨리고 싶었어요.
-한국제목은 ‘아가씨’, 영어제목은 ‘하녀’다.
영어제목까지 내가 지었고, 프랑스 제목 ‘마드모아젤’은 프랑스 배급사가 지은 겁니다. 주인공 두 명이 각각 제목으로 나올 수 있는 영화인거죠. 대만 영화의 제목은 ‘하녀의 유혹’이예요, 포스터는 하정우와 김민희고요. 김민희가 하정우의 하녀라는 생각이 들죠(웃음).
-영화에서 물을 소멸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했는데, ‘아가씨’에선 탄생의 상징으로 썼다. ‘박쥐’의 라스트 신과 반대되는 쇼트를 넣었다.
정확하게 보셨네요. 그건 의도한 겁니다. 그들의 미래에 여러 가지 역경이 닥치겠지만, 이겨 나가야 하겠죠.
-‘스토커’는 나쁜피의 본성을 깨닫게 되는 역성장 이야기인데, ‘아가씨’는 착한 본성을 깨닫게 된다.
맞아요. 명쾌한 권선징악입니다. 모호한 것이 없는 투명한 해피엔딩이죠.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그렇게 만들고 싶었어요.
-‘박쥐’가 수직의 전락이라면, ‘아가씨’는 수평의 대등한 관계다.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초원을 뛰어가는 장면이 대표적이죠. 영화는 처음에 비대칭으로 출발합니다. 일본 제국의 시민과 식민의 시민, 귀족과 하녀. 나이 차이도 있어요. 마지막에서는 비대칭을 바로 잡고 싶었어요.
-동성애 장면이 이성애자 남자 감독의 시선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동성애 묘사는 답이 없어요. 어떻게 만들어도 선입견은 없앨 수 없죠.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칸 경쟁에 세 번째 진출했다. ‘깐느박’ 별명은 어떻게 생각하나.
류승완 감독이 처음 시작했는데, 요즘 류승완 감독이 미워졌어요(웃음).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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