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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갑자기 혼자니까. 하지만 친구들과 가족들이 용기를 줬어요. 그래서 지금 앨범이 나오는 순간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시카가 이렇게 홀로 많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건 처음이었다. 소녀시대 안에서도 제시카는 말없는 편에 속했다. 1시간씩 그룹이 나뉘어 진행된 인터뷰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오후 6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제가 말을 잘 못해요."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온 제시카는 "오늘은 단정하게 입었답니다" 했다.
'얼음공주'. "말 안 하고 있으면 눈이 사나워 보인대요." 차가워 보이는 표정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기도 했으며, 깊은 편견에 갇혀 숱한 억측과 손가락질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때도 있었다.
"'얼음공주'란 이미지라서 제가 날카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오해하셔도 전 괜찮아요. 그래도 '얼음공주'는 공주잖아요. 악플은 잘 안 봤어요. 하지만 진심을 담아서 남겨주시는 댓글이나 발전적으로 지적도 해주시면 빨리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소녀시대를 나와 혼자가 된 제시카였다. 소위 '9인 소녀시대'를 응원하는 팬들 중에는 여전히 제시카를 향한 원망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시카에게는 소녀시대가 가슴 속 소중한 존재였다.
"소녀시대가 아니었다면 저도 아니었을 거예요. 소녀시대는 제게 10대와 20대 초반을 함께 보낸 둥지 같은 곳이에요. 저에게 아직도 많이 소중하고, 애틋해요.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잘했으면 좋겠어요. 비록 지금은 제가 활동을 같이 못하지만 소녀시대가 계속해서 잘됐으면 좋겠어요."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던 게 2000년, 만 열한 살 때였다. 꼬박 7년이 걸려 데뷔한 게 2007년. 제시카는 "연예계 데뷔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냐?"는 물음에 솔로로 데뷔한 지금도 아니고, 첫 1위를 했던 순간도 아니라 소녀시대로 "데뷔했을 때"라고 했다. 그때가 "꿈을 이뤘을 때"라고 했기 때문이다.
제시카보다 앞서 소녀시대 시절 친구 티파니가 먼저 낸 솔로 앨범에서 티파니는 "아이 저스트 워너 댄스(I Just Wanna Dance)"라고 노래했고, 제시카는 이번에 "아이 캔 플라이(I Can Fly)"라고 노래했다. 목소리도 노래도, 이제는 서 있는 위치도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스스로 꿈꾸는 이상향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건 틀림없었다.
"티파니의 뮤직비디오를 봤어요. 멋있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뚜렷하게 있는 것 같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많이 입혀서 낸 것 같아요. 도전하는 게 멋있어요. 잘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기자들과의 만남에 긴장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지만, 동생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온통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던 제시카였다. 타이틀곡 '플라이(Fly)' 외에 수록곡 '러브 미 더 세임(Love Me The Same)'까지 뮤직비디오를 찍은 건 "수정이가 너무 좋아했어요"란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수정이가 이번 앨범 듣고 타이틀곡보다 '러브 미 더 세임'이나 '디어 다이어리(Dear Diary)'가 좋다고는 하는데, 끝까지 타이틀곡 좋다는 말은 안 하더라고요." 새 앨범을 준비하는 1년 가까이 된 시간 동안 가장 의지가 된 사람이 동생 크리스탈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생 말고 또 하나, 제시카에게 빼놓을 수 없는 각별한 존재는 팬이었다. 다시 마이크를 손에 쥐고 솔로 앨범을 내기로 결심한 것도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골든 스카이(Golden Sky)'란 노래는 팬들을 위한 노래예요.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온통 까만 것처럼요. 그때 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저보다 더 힘들어 하는 것만 같았어요. 그러면서도 팬들은 절 응원해줬고요. 그때 팬들이 제게 금빛 같은 걸 흔들어줬는데, 그 순간 용기를 얻고 앨범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 벅찬 감정을 생각하고 쓴 곡이 '골든 스카이'예요."
아마도 제시카를 둘러싼 차가운 편견은 너무나 단단해 쉽게 녹아 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에 스카우트돼 결국 소녀시대가 되었던 16년 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소녀시대가 될 건가요?" 묻자 망설임 없이 대답하던 제시카의 목소리는 또렷했고, 눈빛에는 단 하나의 거짓도 섞여 있지 않았다. "네." 제시카가 팬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우리 팬 분들 생각하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하나하나 생각 많이 하면서 만든 앨범이에요. 누구보다도 지금 이 시간을, 그리고 이 앨범을 만끽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지금 이 앨범이 나온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그때 우리 진짜 좋았었지'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번에 다시 작업하면서 느낀 거지만, 앞으로도 계속 노래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
[사진 = 코리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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