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대 非두산.
개인타이틀 투수 부문을 살펴보자. 선두권을 두산이 점령했다. 더스틴 니퍼트가 다승 1위(8승),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 공동 4위(6승)다. 이현승이 세이브 1위(14개), 정재훈이 홀드 1위(14개), 니퍼트가 탈삼진 1위(74개)다.
평균자책점만 에릭 헤커(NC)가 2.61로 선두를 달린다. 그러나 니퍼트와 보우덴이 3.39로 6~7위다.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결국 시즌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5월 말, 투수 개인타이틀은 두산 대 非두산으로 요약된다.
▲쉽게 볼 수 없는 현상
역대 개인타이틀 홀더들을 살펴보면, 한 명의 선수가 다관왕을 차지했던 적은 있다. 2006년 류현진(현 LA 다저스)의 투수 3관왕, 2010년 이대호(현 시애틀)의 타격 7관왕, 2011년 윤석민(KIA)의 투수 4관왕, 2015년 박병호(현 미네소타)의 타격 3관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특정 팀의 선수가 골고루 개인타이틀 상위권에 포진, 싹쓸이를 시도하는 건 전례 없는 현상이다. 그만큼 올 시즌 두산 마운드의 중심이 튼튼하다는 의미다. 파트별 주축 투수들의 품질과 경쟁력이 리그 최고 수준이다.
두산이 올 시즌 투수 개인타이틀을 실제로 싹쓸이 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 시점에선 속단할 수 없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 평균자책점의 경우 해커를 비롯해 김광현(SK, 2.88), 신재영(넥센, 2.98), 브룩스 레일리(롯데, 3.06), 헥터 노에시(KIA, 3.26) 등이 만만찮다. 다승도 윤성환(삼성)과 신재영이 7승으로 니퍼트를 바짝 쫓는다. 세이브도 김세현(넥센, 13세이브)이 이현승을 바짝 추격 중이다. 다만, 탈삼진의 경우 니퍼트와 2위 조쉬 린드블럼(롯데, 57개)의 격차가 적지 않다.
▲야구는 투수놀음
역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걸 입증한다. 두산은 31일 현재 34승13패1무로 2위 NC에 6.5경기 앞선 단독선두다. 팀 평균자책점 4.25로 2위, 특히 선발 평균자책점 4.10으로 1위다. 니퍼트, 보우덴, 유희관, 장원준은 타 팀 1~4선발진에 비해 기복이 적고 안정감은 높다. 이들이 주요 부문 선두권에 올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팀도 강하게 만든다. 불펜 역시 정재훈과 이현승이 확실하게 홀드와 세이브를 따내면서 개인타이틀 경쟁에서도 유리한 측면을 점하고, 박빙 승부에서 팀 승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한편, 주요 부문에 넥센 투수가 많이 보인다. 다승 2위이자 평균자책점 3위 신재영, 세이브 2위 김세현, 홀드 2위 이보근(10개), 4위 김상수(9개)는 올 시즌 넥센의 예상 밖 행보를 대변하는 기록들이다. 3위를 달리는 원동력. 이들이 좀 더 힘을 내서 두산 투수들과 대등한 기록을 남기면 넥센도 두산과의 게임차를 좀 더 좁힐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개인타이틀 상위권에 이름이 보이지 않는 구단은 대부분 중, 하위권이다. 예를 들어 최하위 한화 투수들의 경우 개인타이틀 경쟁에 거의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개개인의 경쟁력이 떨어지니 팀 성적도 좋지 않다.
▲다승·홀드 상위권 구도의 숨은 의미
다승과 홀드 경쟁에 숨은 의미가 있다. 다승은 니퍼트가 1위를 달리지만 보우덴, 유희관, 장원준이 집안싸움에 가세한 형국이다. 반면 다른 팀들은 상위권에 1~2명씩 명암을 내밀었다. 그만큼 두산 선발진이 두껍고, 두산 마운드 실체가 선발야구라는 걸 의미한다. 두산 투수들이 다승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면 장기레이스에서 쉽게 밀려날 가능성도 낮다.
반면 홀드는 정재훈 밑으로 상위권에 두산 투수는 없다. 반면 공동 8위까지 넥센이 3명(김택형 5홀드), LG와 롯데가 각각 2명이다. 이 기록만으로 이 팀들의 불펜이 두산보다 확실히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불펜 물량과 품질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면 두산은 정재훈을 제외하면 확실한 불펜 카드가 여전히 부족하다. 장기레이스를 감안하면 두산으로선 박빙상황서 홀드를 착실히 따낼 수 있는 또 다른 투수가 필요하다.
[니퍼트(위), 정재훈(가운데), 이현승(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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