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름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전들의 컨디션 관리다.
144경기 장기레이스서 주전들의 컨디션 관리가 팀 성적에 직결된다.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은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때 주전들을 대체할 수 있는 플랜B가 탄탄한 팀이 강팀이다.
두산이 그렇다. 주전타자 2명(양의지, 오재일)이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지만, 실전서 공백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마운드, 특히 불펜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메인 셋업맨 정재훈과 마무리 이현승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이들을 제외하면 두산 불펜의 깊이는 평범한 수준이다.
▲철저한 관리
김태형 감독은 정재훈과 이현승을 철저히 관리한다. 보직의 특성상 컨디션 관리 실패가 곧 팀 성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 36세 정재훈에겐 되도록 3연투를 시키지 않는다.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불펜 대기명단에서도 제외, 강제 휴식을 지시한다. 실제 타이트한 등판 간격 속에서도 종종 3~4일 연속 확실한 휴식을 취했다.
이현승은 3일 잠실 SK전서 세이브를 따내는 동시에 허벅지 통증이 찾아왔다. 김 감독은 이후 10일 잠실 롯데전까지 1주일간 휴식을 줬다. 1군에서 제외하지 않은 걸 감안하면 그렇게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철저히 관리했다.
스스로 컨디션 조절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정재훈은 10년 넘게 마무리와 셋업맨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이현승도 두산 이적 후 꾸준히 불펜투수로 뛰었다. 검증된 베테랑투수들. 알아서 컨디션을 관리한다. 김 감독이 두 사람을 신뢰하는 기본적인 배경이다.
▲숨 고르기
그러나 관리 속에서도 최근 페이스가 시즌 초반처럼 좋은 건 아니다. 두산으로선 약간의 불안감도 있다. 이현승은 11일 잠실 롯데전서 1⅔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시즌 첫 패전과 블론세이브를 동시에 기록했다. 그는 허벅지 부상 직전 2경기 연속 실점하며 좋지 않았다. 최근 부상과 휴식이 그의 투구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몸 상태가 100%가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정재훈은 최근 2경기 연속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은 5.56으로 높은 편이다. 불가피한 3연투가 있었다. 이현승이 잠시 쉬는 동안 임시 마무리를 맡기도 했다. 확실히 시즌 초반에 비하면 기복이 있다.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하면 여름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래도 두산은 큰 위기 없이 꾸준히 승수를 쌓는다. 정재훈과 이현승이 흔들려도 리그 최강 선발진과 타선이 적절히 빈틈을 메워내는 능력이 검증됐다. 더구나 두산은 이미 벌어놓은 승수가 많다. 정재훈과 이현승이 종종 흔들려도 극복할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1군에 가세한 안규영과 이적생 고원준은 기본적으로 붙펜투수지만, 상황에 따라 선발도 가능하다. 장기레이스에서 큰 도움이 되는 자원들. 이들이 기존 불펜진과 선발진의 부하를 조금씩 덜어내면 궁극적으로 정재훈과 이현승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다만, 정재훈과 이현승의 역할을 완벽히 보완하는 플랜B가 없는 건 아킬레스건이다. 1이닝용 셋업맨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안규영과 고원준은 셋업맨형 투수는 아니다. 필승계투조에 들어와야 할 함덕주와 김강률은 컨디션 관리와 재활로 1군에 없다. 윤명준은 잘 나가다 최근 2경기 연속 실점하며 흔들렸다.
결국 정재훈과 이현승의 어깨에 두산의 여름레이스, 나아가 올 시즌 성적이 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여름을 잘 버텨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산 전력상 1~2경기 정도 흔들리는 건 괜찮다. 그러나 혹시 좋지 않은 페이스가 지속된다면 두산도 난감해질 수 있다.
[정재훈과 이현승(위), 이현승(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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