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단 2명의 배우와 단 30명의 관객이 밀폐된 공간에서 70분을 꽉 채운다.
연극 '사이레니아'(연출 김은영)가 베일을 벗었다, 2015년 국내 초연되어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의 연출가 제스로 컴튼의 또 다른 작품인 만큼 초연에 관심을 모았던 '사이레니아'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70분을 만들어냈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1987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스물 한 시간의 일을 그린다.
앞서 관객들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를 통해 제스로 컴튼 특유의 무대를 경험한 바 있다. 때문에 '사이레니아' 무대에 제일 큰 관심이 모아진 것이 사실. 이는 '사이레니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서 무대디자인 도면이 공개될 정도로 무대 세트 자체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사이레니아'는 단 30명만이 착석 가능한 공간에서 공연된다. 서울 대학로 TOM 연습실 A는 밀폐된 느낌을 더욱 살린다. 연습실 안에 무대 세트를 들여와 영국 콘월의 블랙록 등대를 리얼하게 구현해내 밀폐된 방 안에 배우 2명과 관객 30명만이 함께 한다.
무대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인물들과 그 공간 안에 함께 존재한다. 인물의 심리를 더 잘 따라갈 수 있는 것도 이 때문. 좁은 공간 안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고 두개의 문에서 드나드는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는 것이 다소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는 70분이라는 짧은 공연 시간이 보완해준다.
영국 콘월 해역에 실존하는 등대를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고 보다 밀폐된 공간을 살리는데는 조명의 힘도 크다. 너무 어둡긴 하지만 그만큼 현실성이 있다. 블랙록 등대의 밀폐된 내부와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와 거센 폭풍우 등이 조명과 생생한 연기로 표현돼 인물의 내면이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단 2명의 배우들이 그려내는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와 생생한 연기는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단 2명의 배우가 단 30명의 관객 앞에서 꽉 찬 70분을 함께 만들어내며 실험적이고 탄탄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연극 '사이레니아'. 공연시간 70분, 홍우진, 이형훈, 전경수, 김보정 출연. 오는 8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연습실 A. 문의 02-541-2929.
[연극 '사이레니아' 공연 이미지. 사진 = 아이엠컬처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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