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조범현 kt 감독의 취재진 브리핑이 한창이던 지난 17일 1루 덕아웃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이호준이었다. 조 감독과 이호준은 SK 시절이던 2003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함께 했던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이호준이 조 감독에게 인사를 하자 조 감독은 NC가 연승 행진이 진행 중인 것을 두고 웃으면서 "살살 쳐라"고 말했지만 이호준은 "오늘(17일) 아들이 경기를 보러 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이날 이호준의 첫째 아들인 동훈 군은 아버지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그리고 이호준은 1회초 첫 타석부터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짜리 홈런을 터뜨려 아들 앞에서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늠름한 모습을 보였다. NC는 이호준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11-1로 승리, 13연승을 달렸다.
▲ 아들에게 홈런을 선물하다
동훈 군은 수원북중 2학년 재학 중으로 현재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이날 아버지의 맹활약이 더욱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이 세상에 아들에게 홈런을 선물할 수 있는 아버지는 몇 명이나 있을까.
이호준은 "경기 전에 아들이 야구장에 온다고 들었다. 아들도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첫 타석부터 좋은 결과가 나와 편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동훈 군이 야구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 이호준은 아들이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추켜 세운다.
"아들이 기본기를 잘 배우고 힘만 붙으면 좋아질 것이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이야기해준다"는 이호준은 "나와 달리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보다 열정이 확실히 다르다"고 아들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 '맏형' 이호준이 보는 NC의 연승 행진
실제 이호준은 NC에서 '호부지'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NC에 입단하고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했고 지금도 맏형으로서 팀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불혹이 넘은 나이이지만 그의 활약은 전성기에 다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맏형이 솔선수범하고 있으니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수 없다. 13연승의 비결 중에는 이러한 이호준의 활약도 함께 한다.
KBO 리그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은 SK가 갖고 있다. SK가 22연승을 기록할 당시 일원이었던 이호준은 지금 NC가 당시 SK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호준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게 비슷하다"라면서 "잘 되지 않는 선수들은 서로 다독이고 잘 하는 선수들은 스스로를 절제하는 모습이 강팀의 조건을 갖춰나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호준은 당장 팀의 연승 행진이 끝나도 그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랜 경험이 축적된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지금 연승은 우연이 아니다. 똘똘 뭉쳐서 해내고 있다. 연승이 끝나도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이호준의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호준이 시즌 11호 홈런을 때리고 있다.(첫 번째 사진) 이호준이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와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두 번째 사진)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