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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우리는 모두 시한부야. 남은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젊은 순간이야."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은 여전히 건재하다, 잘 살고 있다고 외치는 황혼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박원숙, 주현, 김영옥, 신구…. 역대급 캐스팅이라 불리면서도 그동안 이들이 전면으로 나서는 작품이 없었기에 이러한 작품을 시청자들이 보지 못했던 것이기도 했다.
문정아(나문희)의 남편 김석균(신구)은 억척스럽게 산 아내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고, 동등한 대우가 아니라 그저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여기고 소리를 친다. 밖에서는 경비 일을 하면서 온갖 업신여김을 한몸에 받지만, 집에서는 문정아에게 스트레스를 모두 풀며 왕 대접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석균은 정아의 이혼장을 전해받고 충격에 빠지고, 수십년간 한 적 없었던 "잘자라"라는 인사를 하며 정아에게 손을 뻗는다.
"그동안 그냥 살아왔으면서 그 나이에 무슨 이혼이야!"
정아의 딸들은 '황혼 이혼'을 하려는 그에게 소리를 치며 부모의 이혼이 부끄럽다고 말한다. 나이 깨나 먹었으니 그냥 살라고, 지금 이혼을 하는 건 노망난 짓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아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인생'을 찾아보겠다며 처음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는 절친 조희자(김혜자)가 남편을 여의고 했던 것과는 또 다르다. 정아는 시어머니로부터 온갖 멸시를 당했음에도 참아왔고 가슴으로 낳은 딸과 실제로 낳은 자식들 사이에서 '문정아'가 아닌 '누구 엄마'로 살아왔기에, 굽히고 살 수 밖에 없었던 날개를 처음으로 펼친 것이었다.
'델마와 루이스'의 델마처럼, 정아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자유를 외치고 있다. 정아는 유일하게 자신의 버팀목이 돼줬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휠체어에 탄 채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붙잡으며 한참을 오열해야 했다. 칠십 평생 살아온 자신의 삶에 남은 것이라곤 고집불통 남편이었고, 이제 그마저도 떠나려 한다.
'꼰대'들을 관찰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박완(고현정)은 회고의 내레이션을 통해 "처음으로 엄마의 늙은 친구들에게 호기심이 갔다. 자신들의 영정사진을 재미삼아 찍는 사람들, 저승바다에 발목을 담그고 살아도 오늘 할 밭일은 해야한다는 내 할머니, 우리는 모두 시한부다"라고 말한다.
'시한부'는 그동안 국내 드라마에서 극한의 설정으로 사용됐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말하려는 시한부는 다른 의미다. 젊은 20대 청춘이나 이제는 꿈을 갖는 것이 사치라는 40대, 그리고 이제 꿈을 꾼다면 옆에서 코웃음을 칠 60대…. 그 모두가 어차피 시한부 인생이다. 노희경 작가는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살아있는 자라면 모두에게 기회는 동등하고 위대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스틸. 사진 = tvN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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