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른바 동상육몽(同床六夢)이다.
박지수(18, 분당경영고)는 2016-2017시즌 여자프로농구에 뛰어든다. 올해 WKBL 신인드래프트는 수년 전부터 '박지수 드래프트'로 불렸다. 박지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은 최근 끝난 위성우호의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을 통해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직 성인도 아닌 유망주가 성인대표팀 3년차에 실질적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WKBL 6개구단은 설렌다. 동상육몽이다. 박지수를 잡으면 10~15년간 WKBL을 평정할 수 있다는 전망은 설득력이 있다. 위성우 감독도 "지수를 잡는 팀은 무조건 우승후보"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변수는 WNBA의 러브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지수 드래프트는 빠르면 8~9월, 늦어도 예년보다는 빨리 개최될 전망이다.
▲폭풍성장
박지수의 폭풍성장은 놀랍다. 그는 2013년 방콕아시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위성우호 예비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위 감독은 당시 중3이던 박지수의 성인대표팀 훈련 소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성인대표팀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 운동능력이 떨어져 훈련을 소화할 경우 부상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농구협회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도 박지수를 배제, 2진으로 구성된 터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시켰다. 박지수는 2015년 우한아시아선수권대회서 실질적으로 성인대표팀 신고식을 치렀지만, 역시 주축 멤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을 준비하면서 위 감독은 "지수 없으면 안 되겠는데"라고 했다. 성인대표팀을 두 차례 경험했다. 그 사이 세계청소년대회도 꾸준히 경험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물론 위 감독의 지시로 대표팀에서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근본적으로는 고교시절 꾸준히 몸 관리를 한 효과를 최근 실전서 누린다고 보는 게 맞다. 스피드와 파워, 탄력 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속공에 가담하고, 상대 속공을 저지하는 빅맨으로 거듭났다. 한 농구관계자는 "여자 김주성같다"라고 극찬했다.
본래 블록, 피딩, 중거리슛 센스가 남달랐다. 특유의 재능이 향상된 운동능력과 결합, 단숨에 경기지배력을 끌어올리며 위성우호 에이스로 거듭났다. 위 감독이 설계한 한국형 스몰볼도 사실은 박지수의 골밑지배력을 믿었기에 실전서 빛을 발했다. 박지수가 제공권 싸움에서 크게 뒤지지 않으면서 그만큼 많은 공격권을 얻었고, 외곽공격의 효율성으로 이어졌다. 수비에서도 상대 빅맨 1명을 온전히 막아내면서, 동료들의 도움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제공했다. 실제 위성우호는 박지수가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 경기력 차이가 컸다.
▲동상육몽
6개 구단 모두 박지수를 잡을 기회가 있다. WKBL은 2014-2015시즌부터 정규시즌 성적 역순에 따라 6위팀 6개, 5위팀 5개, 4위팀 4개, 3위팀 3개, 2위팀 2개, 1위팀 1개의 구슬을 넣고 확률추첨을 통해 지명순서를 결정했다. 올 시즌에도 이 원칙이 유지된다면 2015-2016시즌 최하위 KDB생명은 물론, 통합 4연패의 우리은행도 박지수 영입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박지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결국 박지수 위주로 시즌 플랜을 짤 수밖에 없다. WKBL은 전통적으로 시즌 개막직전 신인드래프트를 개최했다. 그러나 올해 U18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가 11월에 개최되면서 신인드래프트를 앞당기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WKBL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라고 했다. 만약 신인드래프트가 8~9월에 개최될 경우 박지수를 뽑는 구단은 그만큼 기존 멤버들과 빨리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정선민, 하은주, 신정자의 은퇴 이후 한국 여자농구는 센터기근에 시달린다. 15년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박지수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어느 구단이든 박지수만 뽑으면 외국선수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정통농구로 승부, 리그 최상위권 전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중요한 건 박지수를 뽑는 구단의 감독이 박지수를 더 좋은 선수로 성장시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박지수.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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