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딴따라’. 1995년 갓 데뷔한 채정안에게 ‘딴따라’라는 말은 어색하고 불편했다. 당시만 해도 어린 그녀에게 ‘딴따라’라는 말은 자신을 비하하는 말로만 들렸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던 그녀에게 연예계는 험난한 세계였다.
그러나 채정안은 달라졌다. 연예계에서 꿋꿋하게 버텼고, 데뷔 22년차가 됐다. 노래부터 연기, 예능까지 연예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대중과 가까워졌고 ‘딴따라’라는 말에도 익숙해졌다.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극본 유영아 연출 홍성창)에서는 본격적으로 딴따라들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했다.
채정안은 ‘딴따라’에서 매니지먼트계의 완벽녀 여민주로 변신했다. 신석호(지성)와 함께 딴따라밴드를 성공으로 이끄는 인물을 연기하며 카리스마와 우아함을 넘나드는 매력을 발산했다.
채정안은 “‘딴따라’라는 제목부터가 좋았다”고 운을 뗐다. “예전에는 약간 비하하는 말로만 들렸는데 지금은 그 단어에 굉장히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딴따라’라는 단어 자체, 그 억양이 날 조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비하 발언으로만 받아들여질 때가 있었어요. 그 때는 내가 하는 직업에 대한 가치관도 성립이 안 돼 있었고 준비도 안 돼 있었는데 과정 없이 결과로 평가 받을 때였죠. 어릴 때부터 쭉 이 쪽 일을 해오면서도 딴따라라는 말을 듣는 게 어색했어요. 하지만 이제 달라졌죠. 이번엔 잘 걸리는 담도 안 걸리고 끝까지 잘 버텼어요. 사실 에너지를 다 못 푼 느낌이 있어 아쉽기도 한데 젊은 친구들이 잘 해내는 걸 보면서 대견하기도 했어요.”
채정안은 ‘딴따라’ 속 젊은 배우들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자신을 다잡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잘 하죠?”라고 물었을 정도.
“지금 딴따라 친구들은 왜 다들 잘 할까요? 우리 때랑 다른 것 같아요. 너무 다 잘 해요. 지금 친구들을 보면 자기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연기해요. 혜리 씨도 드라마를 한지 얼마 안됐지만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현장이 만들어져 있으니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연출님, 작가님이랑 얘기도 많이 할 수 있고요. 사실 우리 때는 거의 기계처럼 했어요. 감독님이 너무 무서워서 현장 가는 게 무서웠을 정도였죠. 하지만 요즘엔 달라요.”
채정안은 ‘딴따라’ 촬영 현장이 남달랐다고 전했다. 연예계 이야기를 하는 만큼 그간의 활동이 계속 생각났다. 후배들, 특히 이제 막 시작하는 신예들이 많았기에 선배로서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전 옛날에 감독님이 너무 무서워서 ‘현장 가면 오늘은 무슨 욕을 들을까’ 하면서 갔어요. 욕을 듣는 게 익숙했던 시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딴따라라는 직업을 할 만한 환경인 것 같아요. 특히 이번 현장엔 지성 같은 선배도 있었고, 물론 저도 있었고.(웃음) 이 후배들은 럭키했죠. 사실 후배들을 서포트 해주는 선배는 많지 않아요. 직구를 날리는 선배가 필요하기도 한데 요즘에는 그런 선배가 많이 없긴 해요.”
그렇다면 ‘딴따라’ 속 연예계 이야기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그는 “극 중 이야기에서 현실이라 믿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몇 개 있었다”며 “그런데 불편한 진실 같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하긴 했다”고 말했다.
“사실 전 한 기획사에 15년 있었어요. 매니저 분이랑 15년 일할 때 둘 다 뭘 모르고 시작했죠. 보통 연예인들은 외롭고 친구가 필요한 분들이 많은데 전 매니저가 제 생활에 너무 많이 들어와 있었어요. 외로울 틈새 없이 끝까지 싸우기도 하고 남자친구 몰래 만나면 혼나기도 하고 청춘을 같이 보낸 대표님도 있었죠. 지금 있는 회사 대표님도 너무 든든해요. 남들이 다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상황에 손가락질이 간지러울 수 있으나(웃음) 철저하게 제 편이 되어줄 수 있는 분이에요. 어떤 상황이든 아티스트의 편이 되어주는 게 매니저예요. 그 상황이 뭔지 알게끔 겪어 왔어요. 그게 참 감사한 일이죠. 내가 오히려 그들이 힘들 때 편이 돼줄 수 있을까?(웃음) 되어주죠! 돈 빌려 달라면 빌려주고.. 빌려줄 돈이 없지만.(웃음)”
채정안은 여민주에게 부러운 점도 자기 편이 있다는 것이었다. “재벌 아빠?”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내 “돈을 가진 것보다도 기댈 구석이 있다는 것, 자기 편이 있다는 게 부러운 점이죠. 정말 부러운 건 석호 빼고 다 가진 거예요. 석호가 뭐라고! 자존심 상해!”라며 웃었다.
“그래도 여민주는 연하남 만났잖아요. 여민주는 잘 싸우는 패기가 있어요. 전 사실 욱하기만 하고 일은 저지르는데 수습을 못하거든요. 여민주는 보면 저보다 훨씬 그런 건 야무져요. 작가님한테 감사한건 평소에 저의 모습을 오다 가다 잘 보시고 저를 생각하면서 만들어주신 캐릭터 같아요. 상대방 위로를 잘 해주고 잘 들어주는 면을 봐주신 것 같아요. 평소에도 후배들이 하소연도 많이 하고 언니 같다는 얘기 많이 하거든요. 여민주를 보면 확실히 저랑 비슷한 구석이 있더라고요.”
[채정안. 사진 = 더좋은 이엔티 제공]
[MD인터뷰②]에 계속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