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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루비반지' '천상여자' '뻐꾸기 둥지'까지 KBS 2TV 저녁일일드라마는 줄곧 '막장'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달콤한 비밀' '오늘부터 사랑해' '다 잘될 거야' 등 '막장' 요소를 배제한 드라마들이 일부 방송되기도 했지만, 다시 '천상의 약속'을 시작으로 '여자의 비밀'까지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계속되고 있다.
'루비반지'는 성격과 외모가 전혀 다른 쌍둥이 자매가 교통사고로 얼굴이 뒤바뀐 채 언니는 동생의 삶을, 동생은 언니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천상여자'는 성녀가 되고 싶었으나 복수를 위해 악을 선택한 여자와, 망나니 재벌3세로 살고 싶었으나 그녀를 향한 사랑으로 인해 그녀의 악까지도 끌어안은 남자의 뜨거운 사랑을 그렸다.
위 두 작품에 이어 방송된 '뻐꾸기 둥지'는 같은 복수 코드를 깔고 있음에도 더 충격적인 소재를 채택해 비난을 샀다. '대리모 출산'이라는 소재를 과감하게 선택한 것. 당시 제작진은 "음성적으로 존재하지만 공론화되지 못한 '대리모 출산'이라는 소재를 통해 불임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문제에 공감하려 나섰다"고 의도를 밝혔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자연스레 형성된 '막장 타임'은 고정 시청층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며 평균 13~17%대의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담보된 시청률을 포기하기 힘들었을 터. 당연히 자극적인 소재들이 연이어 채택됐고, 이들이 노리는 주 타깃 시청층의 연령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 '루비반지'는 여자 40~60대가, '천상여자'와 '뻐꾸기 둥지'는 여자 60대 이상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달콤한 비밀' '오늘부터 사랑해' '다 잘될 거야' 역시 시청률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극적인 소재가 없어도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 그러나 이들 드라마들도 자극적인 소재만 없앴을 뿐, 고령의 여성 시청층을 겨냥한 진부한 코드들은 여전했다. 여주인공의 시련, 삼각관계, 그리고 해피엔딩까지 늘 예상 가능한 결말을 그리고 있음에도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켰다.
'천상의 약속'은 다시 한 번 복수를 극의 중심 소재로 내세웠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그리고 대를 이어 내려온 악한 사랑에 짓밟힌 한 여자의 굴곡진 삶을 담은 '천상의 약속'은 극 후반으로 갈수록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오는 2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여자의 비밀' 역시 복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연스레 '막장 타임'을 형성해 온 KBS는 '여자의 비밀'은 다를 거라 말한다. 복수와 배신이라는 코드를 깔고 있지만, 공감의 여지가 있을 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복수든, 치유의 과정이든 드라마 자체가 가진 강한 극성은 '막장'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 '막장 타임'을 이어갈 것이냐다. 아마도 시청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자극적인 드라마들은 계속해서 시청자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루비반지' '천상여자' '뻐꾸기 둥지' '달콤한 비밀' '오늘부터 사랑해' '다 잘될 거야' '천상의 약속' '여자의 비밀' 포스터. 사진 = KBS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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