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좋아한 이유가 있었다. 리빌딩을 진행 중인 모비스는 이종현이나 최준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비스는 아시아챔피언십에 참가했다. 준비가 덜 된 웰링턴 세인츠(뉴질랜드)를 잡았으나 KCC에 졌다. 그리고 쓰촨 블루웨일스(중국)에 가까스로 승리했다. 2승1패로 대회를 마쳤다. 사실 승패, 순위를 떠나서 이번 대회를 통해 모비스에 이종현이나 최준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드러났다.
모비스는 3일 쓰촨전 직전 진행된 신인드래프트 순위추첨서 전체 1순위를 뽑았다.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고려대)이나 최준용(연세대) 중 한 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종현이 유력하지만,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유 감독에게 지난 2일 올 시즌 지켜봐야 할 젊은 국내선수들이 누구냐고 질문했다. 돌아온 답은 "전부 조금씩 부족하다"라고 했다. 모비스는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내면서 좋은 국내선수들을 많이 뽑지 못했다. 팀의 기둥 양동근과 함지훈은 30대 중반이다. 지난 시즌부터 리빌딩을 선언했고, 젊은 선수들을 집중 육성했지만, 한계도 있었다.
특히 모비스가 고민스러운 부분은 국내선수들의 득점력이다. 이날 쓰촨을 상대로 80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했으나 단편적일 뿐이다. 절대적인 수준에서 모비스 공격력은 리그 최상위 수준이 아니다. 유 감독은 "던져야 할 때 과감하게 던지지 못하고 주저한다"라고 아쉬워했다. 전준범, 송창용이라는 간판 슈터들이 있다. 그러나 기복이 있는 편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경험도 부족하고, 실전서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 대부분 하위픽 선수다.
기본적으로 유 감독 특유의 복잡하면서도 촘촘한 수비조직력이 모비스 고유의 컬러다. 그러나 확실한 국내선수 스코어러가 없고, 확 띄는 젊은 국내선수들을 잡지 못하면서 수비전을 확고하게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분명히 있다.
득점력 빈곤 문제는 문태영이 삼성으로 떠나면서 확고해졌다. 승부처서 꼬박꼬박 2점을 낼 수 있는 존재가 사라졌다. 정규시즌은 수비조직력으로 버텨냈지만, 정밀한 상대분석이 이뤄지는 플레이오프서는 한계를 봤다. 공수 핵심 양동근마저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오리온에 3연패했다.
문제는 올 시즌이다. 여전히 멤버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득점력 고민을 안고 있다. 유 감독은 가드와 골밑 수비, 공격이 모두 되는 새 외국선수 네이트 밀러에 대해 "20점씩 해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서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못했다는 게 유 감독 평가다. 찰스 로드 역시 득점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15점 정도를 해줄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밀러와 로드가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려도 모비스의 근본적인 득점력 고민은 해결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선수구성이 그렇다. 2번과 5번이 강하지 않다. 이번 대회서도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카드가 이종현 혹은 최준용이다. 두 사람이 당장 프로에서 많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재 몸 상태도 좋지 않다. 유 감독도 "(빅3가) 당장 뛰는 건 쉽지 않다. 몸을 다시 만들어서 시즌 중반부터 뛰게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모비스에 꼭 필요한 존재다. 유 감독은 "대표팀에서 종현이를 써보니 포스트업도 어느 정도 되고, 슛 감각도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물론 세부적인 공격 테크닉을 많이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건강한 이종현이 5번으로 뛸 때 모비스가 갖는 파생옵션은 무궁무진하다. 함지훈, 찰스 로드와의 스페이싱 문제가 남아있지만, 로드 대신 밀러를 2번으로 활용하면서 이종현의 롤을 찾게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유 감독의 역량으로 해결 가능하다.
최준용도 유 감독이 "2번으로서의 재능도 있다"라고 한 적이 있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유 감독이 이종현 대신 최준용을 택해도 모비스 공격력은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최준용은 올 시즌 파워를 보강했다. KBL서 당장 외국선수들을 상대로 포스트업이 원활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외곽공격력이란 무기도 있다. 모비스는 외곽득점력이 늘 아쉬운 팀이다.
이종현 혹은 최준용이 모비스 공격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여전히 과제는 남는다. 모비스 특유의 촘촘한 수비조직력에 이종현 혹은 최준용이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단기간에 적응할 가능성은 낮다. 몸 상태도 좋지 않고, 당장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다. 다만, 리빌딩 중인 모비스로선 충분히 시간이 있다. 대표팀에서 두 사람을 지도해봤고, 그 부분을 떠나서 선수들을 조련하는 능력이 탁월한 유 감독 밑에서 이종현과 최준용이 전체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모비스는 이종현 혹은 최준용이 필요하다. 아시아챔피언십서 명확히 드러났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유재학 감독은 18일 신인드래프트서 어떤 선택을 내릴까.
[유재학 감독(위), 이종현(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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