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용찬이나 이현승 중 한 명을 기용하겠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준비에 들어갔다. 김태형 감독이 유일하게 고민하는 보직은 마무리다. 수 차례 적임자가 바뀐 작년에 비하면 올 시즌 사정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현승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점인 제구력이 무뎌졌다. 블론세이브가 늘어났다. 두산도 다 잡은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홍상삼이 경찰청에서 복귀했다. 예상을 뒤엎고 좋은 페이스를 과시, 마무리를 꿰찼다. 그는 구위보다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이현승과는 180도 다르다.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이 주무기다. 대신 제구력은 떨어진다. 군 복무 이전에도 기복 있는 제구력으로 팀을 어려움에 빠트릴 때도 있었다.
잘 나가던 홍상삼은 9월 27일 대전 한화전서 혼쭐났다. 아웃카운트를 단 1개도 잡지 못했다. 1피안타 4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스트라이크 하나를 잡는 게 버거울 정도로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연속 볼넷으로 자멸했다. 두산은 그날 9회말 2사 후 3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9월 29일 잠실 넥센전서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으로 명예회복했다. 4일 잠실 롯데전서도 2이닝 무실점으로 괜찮았다. 그러나 더 이상 마무리는 홍상삼의 보직이 아니다. 김 감독은 9월 27일 이후 홍상삼을 마무리에서 배제했다. 단 한 번의 실패였지만, 임팩트는 컸다. 당시에도 김 감독은 이현승이나 이용찬, 정재훈을 고려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때문에 롯데전 직전 그의 코멘트는 놀랍지 않았다.
9월 27일 경기가 한국시리즈였다면. 두산으로선 상상하기도 싫은 가정이다. 단순히 한 경기가 아니라, 시리즈 전체 흐름을 넘겨주는 한 판이 될 수도 있었다.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다. 그러나 7전4선승제다. 장기전 성격도 갖고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마무리로 제구력이 안정된 투수를 택하려고 한다.
한국시리즈 필승계투조는 홍상삼, 윤명준, 김성배에 정재훈이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현재 김 감독은 이용찬, 이현승을 마무리 후보로 저울질하고 있다. "지금은 이용찬의 제구력이 가장 좋다"라는 코멘트도 곁들였다. 이용찬에게 조금 더 마음을 둔 듯한 뉘앙스. 그는 마무리 경험도 풍부하다. 4일 경기서는 2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썩 좋지 않았다. 보크를 범했으나 볼넷은 단 1개도 없었다.
마무리의 기본 덕목은 타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불같은 구위다. 그러나 홍상삼처럼 갑자기 제구가 크게 흔들릴 경우 그 징후가 보이는 즉시 교체하는 것 외에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빠른 교체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경기 막판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용하고,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또 하나. 두산은 내, 외야 수비가 탄탄하다. 구위로 타자들을 압박하지 못해도, 잘 맞은 타구를 내줘도 야수들이 피안타 확률을 어느 정도는 제어할 수 있다. 더구나 마무리의 제구가 좋으면 그만큼 야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유도할 확률을 높인다. 이용찬의 경우 그렇게 구위가 떨어지는 편도 아니다. 이현승도 시즌 중반 침체에서 확실히 벗어나는 분위기다.
이용찬이냐 이현승이냐. 김 감독의 선택이 궁금하다. 고민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두 투수가 한국시리즈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용찬(위), 이현승(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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