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반전 가능성이 있을까.
모비스, SK, 전자랜드가 18일 KBL 신인드래프트서 차례대로 신인 빅3(이종현, 최준용, 강상재)를 잡는다. 1순위 모비스가 이종현, 2순위 SK가 최준용, 3순위 전자랜드가 강상재를 택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정말 이 전망은 맞아떨어질까. 일단 모비스, SK, 전자랜드가 1~3순위서 빅3가 아닌 신인을 잡을 확률은 제로다. 빅3와 4순위 이하 선수들의 장래성, 기량의 격차가 크다. 때문에 이 부분은 굳이 논할 가치가 없다.
모비스와 SK가 이종현과 최준용이 아닌 다른 선수를 1~2순위로 택할 확률을 따져보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다. 일단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드래프트 직후 "구단과 상의해서 둘 중 한 명을 뽑겠다"라고 했다.
▲모비스, 이종현 지나칠 수 있나
둘은 이종현과 최준용이다. 유재학 감독은 남자농구대표팀 사령탑 시절 몇 차례 최준용의 다재다능한 재능을 호평했다. 2013년 마닐라아시아선수권대회서 최준용을 2번 슈팅가드로 잠시 활용, 아시아무대서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최준용은 201cm 장신임에도 볼 핸들링과 패스 센스가 수준급이다. 스피드는 어지간한 단신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얼리오펜스에 특화됐으면서도 세트오펜스서 외곽공격력도 갖췄다. 심지어 약점이었던 파워 보강에도 어느 정도 성공,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서 강상재의 포스트업을 적절히 제어했다.
유 감독은 "프로에선 어느 팀으로 가든 한 포지션에 정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프로에선 3번이 적합하다. 어쨌든 2번, 5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 포지션 보강이 필요한 모비스에도 딱 맞는 카드다.
그렇다고 해도 모비스가 이종현을 지나치는 건 어려워 보인다.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2대2 공격과 수비의 테크닉이 조금씩 부족하다. 그러나 206cm 정통센터다. 앞으로 한국에서 다시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하드웨어다. 220cm에 육박하는 윙스팬으로 블록슛에도 능하다. 리바운드 범위는 넓지는 않지만, 골밑에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2득점, 1리바운드가 보장되는 센터인 건 분명하다.
유 감독도 "대표팀 시절 포스트업과 중거리슛 감각이 괜찮았다"라고 호평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양동근, 함지훈 이후 모비스 리빌딩 핵심이자 미래의 간판스타로 이종현이 가장 적합하다. 유 감독의 탁월한 선수육성능력이라면 이종현의 약점도 서서히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SK, 강상재 택할 가능성은
2순위 지명권을 잡은 SK는 어떤 선택을 할까. 문경은 감독은 "이종현을 뽑을 확률은 30%"라고 단언했다. 모비스가 이종현을 데려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문 감독의 선택은 최준용과 강상재로 좁혀진다.
3일 순번추첨 직전 문 감독을 만났다. 만약 2순위가 나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물었다. 당시 문 감독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선수로는 최준용, 장기적 측면에선 강상재가 낫다"라고 했다. 실제 몇 분 후 SK는 2순위 지명권을 잡았다.
문 감독은 어떻게 보면 유 감독보다 더 고민이 많다. 일단 그의 말대로 모비스가 30% 확률로 최준용을 데려가면 이종현을 뽑으면 된다. SK는 김선형의 얼리오펜스와 포워드 중심의 묵직한 농구가 공존하는 컬러다. 느린 이종현이 썩 적합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종현을 잡을 수 있다면 팀 컬러를 수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문 감독 발언의 행간을 잘 살펴봐야 한다. SK 컬러와 선수구성을 감안하면 당장 필요한 자원은 최준용이다. 마침 SK는 주전 3번이 없다. 최준용의 스피드가 김선형과 만나면, 파급효과는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는 대학리그 우승 직후 "남자다운 농구, 색다른 농구를 해보고 싶다"라면서 스피드와 쇼맨십이 있는 김선형의 농구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고백했다. SK가 최준용을 영입하면 단숨에 외곽공격력도 보강할 수 있다.
문 감독이 예상을 뒤엎고 강상재를 지명할 일말의 가능성도 남아있다. 모비스가 최준용을 뽑을 확률보다는 좀 더 높다고 봐야 한다. 강상재는 느리지만, 포스트업과 외곽슛 능력이 빼어나다. 최준용보다 활용폭은 떨어지지만, 3~4번으로 뛰면서 유사시 5번 백업도 가능하다. SK의 득점력을 높이면서 골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드다.
문 감독이 장기적 측면이란 발언을 했던 건 현재 SK 컬러와 강상재가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걸 염두에 둔 듯하다. 그러나 혹시 미래에 팀 컬러를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강상재도 뽑을만한 가치가 있다.
한편, 3순위 전자랜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강상재를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 혹시 SK가 강상재를 영입하면 최준용을 데려가면 된다. 늘 골밑이 약했던 특성상 강상재가 필요하다. 다재다능한 최준용 역시 전자랜드에 맞는 카드. 전자랜드로선 이종현 영입 가능성이 거의 없는 건 아쉽지만, 3순위를 잡은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어쨌든 현 시점서 모비스-이종현, SK-최준용, 전자랜드-강상재 영입 시나리오가 엇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종현과 최준용(위), 빅3와 정희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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