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당장 뛰는 건 쉽지 않을 거야."
반전의 여지는 있다. 그래도 18일 KBL 신인드래프트서 1순위 모비스가 이종현, 2순위 SK가 최준용, 3순위 전자랜드가 강상재를 택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모비스, SK, 전자랜드는 전력을 크게 끌어올릴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신중한 분위기도 읽힌다. 빅3가 즉시전력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당장 세 사람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는 건 금물이라는 시선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정규시즌 54경기 장기레이스에 적응하는 게 만만하지 않다. 기량만 봐도 장점 속에 단점도 숨어있다.
일단 최근 몸 상태를 보자. 셋 다 최악에 가깝다. 그나마 강상재는 왼 발꿈치 실금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됐다. 연세대와의 정기전, 대학리그 플레이오프에 그나마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나섰다. 그러나 이종현은 발등 피로골절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다. 아직 뼈가 완전히 붙지 않았다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최준용도 발날에 피로골절을 안고 있다.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 직후에도 통증을 호소했다.
셋 다 갑자기 다친 게 아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부상했다. 정기전, 대학리그 플레이오프를 제한적으로 뛰었다. 그러나 엄밀히 볼 때 뛰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원칙이 없는(있지만, 지키지 않는) 각급 대표팀, 소속학교 중복 스케줄 탓이다. 어쨌든 지금 몸 상태로는 촘촘한 일정을 5개월간 이어가는 정규시즌 소화가 불가능하다는 게 프로의 시선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셋 다 당장 시즌을 치를 몸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 지명을 해도 몸을 다시 만들어서 시즌 중반부터 출전시키는 게 맞다"라고 했다.
몸이 건강하다고 해도, 신인이 54경기를 치를 수 있는 내구성을 입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세 사람도 1학년 때부터 대학리그를 치렀다. 그러나 대학과 프로는 레벨이 다르다. 대학에선 약팀과의 경기에 느슨하게 뛰어도 됐지만, 프로에선 용납되지 않는다. 외국선수들과 매치업되고, 세부적인 롤이 훨씬 복잡하다. 프로 1경기는 대학 2~3경기 피로와 맞먹는다고 봐야 한다.
또 하나. 프로농구는 시즌 전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한 시즌에 6번을 맞붙으면서 고스란히 상대에 전력을 노출한다. 감독들은 상대선수의 작은 약점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집요하게 파고들어 괴롭힌다. 예를 들어 스피드가 느린 이종현과 강상재에게 발 빠른 외국선수를 매치업 상대로 붙인다면. 두 사람은 처음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상대 얼리오펜스 빌미를 제공하거나 세트오펜스서 1대1에 뚫릴 수 있다. 최준용의 외곽공격력은 좋다. 그러나 프로에서 전문 2~3번으로서의 슈팅테크닉은 조성민(kt)보다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셋 다 스크린을 활용한 공격과 수비에 약점이 있다. 프로농구는 대학보다 훨씬 조직적인 스크린 공격과 수비가 이뤄진다. 이 선수들의 잠재력이 좋지만, 당장 KBL를 평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한 지방구단 감독은 "빅3라고 하는데, 예전 선배들에 비하면 어림 없다. 당장 큰 임팩트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빅3라고 해도 프로농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잠재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통의 신인, 저연차급보다는 알껍질을 빨리 깰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세부적인 약점이 분명한 현실을 감안하면 의외로 고전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 필요하다.
훈련자세, 농구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된 뒷말도 있다. 수도권 구단 한 감독은 "셋 중 한 선수가 게으르다고 들었다. 나는 그런 걸 못 본다"라고 했다. 또 다른 지방구단 한 감독도 "자기들이 농구를 제일 잘 하는 줄 안다. 용병들한테 한 번 당해봐야 정신차릴 것"이라고 일갈했다.
빅3는 18일 소속팀이 모비스, SK, 전자랜드로 각각 결정된다. 그리고 22일 곧바로 프로농구에 뛰어든다.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지만,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KBL은 신인들이 곧바로 쥐락펴락할 수 있을 정도의 만만한 리그가 아니다. 당장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빅3가 허재, 서장훈은 아니다.
[이종현(위), 최준용과 강상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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