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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김나라 기자] "사람이 사람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이상일 감독)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영화 '분노' 기자회견에는 모더레이터 강수연(집행위원장), 재일동포 3세 이상일 감독, 와타나베 켄 등이 참석해 작품과 관련 이야기꽃을 피웠다. '분노'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이상일 감독은 "'분노'는 현재 일본이 안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더불어 사람이 사람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고 말했다.
'분노'는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도쿄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흐른 뒤, 세 그룹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치바의 어촌마을에서 아이코와 사귀는 타시로, 광고회사 사원인 유마와 사귀게 되는 나오토, 오키나와의 외딴 섬에서 이즈미가 우연히 만난 다나카 등이다. 각기 다른 이 세 그룹의 공통점은 사귀거나 친한 관계가 된 타시로, 나오토, 다나카 등의 과거를 의심한다는 것. 도쿄의 살인사건과 연관 짓기 시작, 인물들의 깊은 감정선을 표현했다.
이상일 감독은 "'분노'는 미스터리물로 살인범을 쫓고 있긴 하지만 전하고자 했던 바는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점보다는 그 이상으로 사람은 왜 사람을 의심하고, 역으로 왜 믿게 되는가 하는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누군가를 믿지 못함으로써 잃어버리는 부분, 반대로 너무 쉽게 믿으면서 잃는 것이 있다. 인간관계라는 게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이걸 전제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관계를 내던지거나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원작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상일 감독은 "원작자 요시다 슈이치도 이야기의 종착점을 고민했다고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살인범이 왜 살인을 범했는지, 그 동기나 이유에 대해 영화와 마찬가지로 소설에서도 명확하게 그려져 있지 않다. 요시다 슈이치 역시 그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더라"라며 "허구 속에 거짓말이 없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모르는 부분에 대해선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일 감독은 "범인 자신이 스스로 왜 살인을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알고 저지른다는 건 도저히 못 믿겠다. 만일 명확한 이유 같은 걸 제대로 알려고 든다면 인간의 한 인생을 통틀어 얘기해야 한다. 그러나 작품으로 이를 보여주는 건 한계가 있다. 알 수 없는 부분을 거짓으로 꾸미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화의 제목을 '분노'로 정한 이유도 밝혔다. 이상일 감독은 "분노라는 게 안고 있지만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감정이다. 사람에게 이해시키거나 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삶 속에 분노를 끌어안고 있다. 이 내향적 '분노'를 그려보고자 했다"고 얘기했다.
[사진 = 영화 '분노'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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