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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펑크의 세계적인 시작은 ‘반항’이었지만 그것의 한국적인 시작은 ‘어울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펑크라는 장르는 무대와 객석, 연주자와 듣는 자를 하나로 묶어내며 이제는 경향을 넘어 취향이 된 ‘인디’의 시작을 알렸다. 그 때부터 음악은 이쪽과 저쪽, 너와 나를 나누지 않고 한 자리에서 모두의 것이 되었다. 펑크는 곧 인디였다. 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이후 20년이 흘렀다. 펑크는 이제 한국에서도 역사가 되었다. 하지만 명맥은 이어졌고 제2의 크라잉넛, 노브레인, 검엑스, 럭스들이 소리 소문 없이 피고 졌다. 국산 펑크를 일컫는 이른바 ‘조선 펑크’는 그런 반항과 어울림의 중간에서 ‘경향의 장르’로 한국 대중음악에 스스로를 새겼다.
지금 소개할 라이엇키즈는 원톤(1TON)과 더불어 바로 그 조선 펑크의 현주소 같은 팀이다. 듣는 순간 블링크 182(Blink 182)와 엘르가든(Ellegarden)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들은 검엑스, 옐로우 몬스터즈를 이끈 이용원이 발굴했다. 개인을 부당하게 규정하는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에 불편함을 드러낸 싱글 ‘stereotypes’를 올드레코드 대표인 그가 듣고 마음에 들어 한 것이다. 멀어 보이기만 한 대선배의 귀를 훔쳐낸 것에 멤버들은 아마 뛸 뜻이 기뻤을 게다.
라이엇키즈의 음악은 통쾌하고 헤비한 끝에 달달한 멜로디까지 듬뿍 머금었다. 그들이 앞서 말한 두 팀 외 위저(Weezer)와 허스킹 비(Husking Bee)를 괜히 언급한 건 아닐 거다. 이 네 팀을 모두 합하면 기적처럼 라이엇키즈의 음악이 된다. 파워팝과 스케이트 펑크 팬들에겐 기가 막힌 선물이 될 거란 얘기다. 가사 역시 사회 저항 보단 개인 고백에 더 가깝다. 이를테면 군 입대 전과 후에 느낀 감정들, 우울한 기분, 새털 같은 그리움, 사무치는 외로움, 그리고 모든 아들들의 연인인 어머니에 대한 사랑까지 그들의 노랫말은 온통 개인적인 것들, 그러면서 보편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공감과 맞장구를 담보하는 보편성은 끝내 어울림을 부른다. 결국 그렇게 20년 전 한국 펑크의 의미와 경향을 라이엇키즈는 우연케도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글이 아닌 영어로 그 모든 걸 쓰고 불렀다. 한글로 가사를 쓰지 않는 이유는 그저 자신들이 한글로 가사를 “정말 못 쓰기” 때문이라고, 차라리 못하는 영어로 쓰면 표현이 더 간결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보컬을 악기로 보았고 그 악기가 내뱉는 ‘영어 사운드’가 자신들의 음악과 더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라이엇키즈가 영어로 노래를 부른 이유였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 이유를 이들의 해외(구체적으로는 일본) 진출 의지에서 읽었다. 그들은 당연히 한국에서만 인정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시장에서 일찌감치 감을 키워온 이용원이 밴드 곁에 있고 이용원은 자신이 선택한 라이엇키즈에게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일본어가 아닐 바에야 그렇다면 영어는 꽤 잘한 선택이다. 부디 자신들 음악처럼 시원하게 뻗어나가길 빈다.
[사진제공=Old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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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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