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버티기 싸움이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되는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예상대로 최고의 선발 카드로 맞대결 한다. LG는 데이비드 허프, KIA는 헥터 노에시다. LG 양상문 감독은 시즌 막판 허프의 1차전 투입을 공언했다. KIA 김기태 감독은 마지막까지 말을 아꼈다. 그러나 헥터의 1차전 선발등판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허프는 시즌 중반 입단, KBO리그 적응기를 거치면서 LG 에이스로 거듭났다. 시즌 막판 KIA와의 중요한 2경기(9월 15일 잠실-7⅓이닝 2실점, 9월 27일 광주-7이닝 무실점)서 연이어 호투했다. 더구나 두 차례 모두 양현종과의 맞대결서 판정승했다. 양 감독이 미디어데이서 허프를 1차전 선발로 예고하면서 "말 안 해도 아시겠죠?"라고 말한 이유다.
그래서 KIA도 헥터를 1차전에 내세운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 날짜를 감안하면 양현종(2일 광주 kt전)과 헥터(3일 광주 kt전) 모두 1차전에 등판할 수 있다. 심지어 LG와의 상대전적은 헥터(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4.15)가 양현종(6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2.41)보다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나 허프에게 판정패한 양현종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우는 건 부담스러웠다.
결국 허프와 헥터의 투구내용이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성패를 가른다. 1차전서 비기기만 해도 시즌을 접는 KIA는 더더욱 그렇다. LG도 기왕이면 허프가 잘 던져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해서 준플레이오프에 가는 게 좋다.
버티기 싸움이다. 그것도 잘 버텨야 한다. 기본적으로 두 에이스 모두 6~7이닝을 2실점 정도로 막는 역량을 갖췄다. 일반적으로 타자가 타자를 압도하는 에이스를 상대할 때는 모든 구종이 아니라 한 가지 구종을 노리는 타격을 한다. 모든 구종을 노려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그런데 두 투수는 상대의 노림수 타격을 무력화하는 역량을 갖췄다. 허프는 우타자 기준 바깥쪽 체인지업 제구가 기가 막힌다. 몸쪽 패스트볼 조합도 좋다. 그렇다고 볼 스피드가 떨어지는 편도 아니다. KIA 타선을 두 차례 연속 완벽하게 묶은 원동력이었다. 심지어 바깥쪽 패스트볼로 허를 찌르기도 했다.
헥터는 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모든 구종을 위닝샷으로 구사할 수 있다. 최대 장점이다. 볼배합을 다양화할 수 있는 배경. 패스트볼의 구속을 자유자재로 조절,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흐트러트리는 능력도 좋다. 등판할 때마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이유다.
분명히 양 팀 벤치는 두 투수 공략에 대한 플랜을 갖고 나온다. 상대의 플랜에 두 투수가 적절히 다시 대처 할 수 있느냐가 버티기 싸움의 1차 승부처다. 두 투수에 대한 양 팀 타자들의 2차 대응이 그 다음 승부처다. 포스트시즌 특성상 선발투수는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조기에 강판된다. 자연스럽게 경기 흐름도 요동친다. 오래, 효율적으로 버티는 선발투수가 팀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허프와 헥터가 와일드카드 시리즈의 운명을 쥐었다.
[허프와 헥터(위), 허프(가운데), 헥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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