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여왕' 김선영이 돌아왔다. 그녀의 귀환을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무대로 답했다.
출산과 육아로 무대를 잠시 떠났던 김선영은 2년만에 복귀작으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를 택했다. 서울예술단이 오랜 기간 추구해온 창작가무극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김선영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고 다시 돌아왔다.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열강의 칼날 위에 위태로운 생을 살았던 명성황후를 새로운 시선으로 조망한 작품.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은 명성황후의 진짜 얼굴과 진실을 찾아 나서는 내용을 담았다. 극중 김선영은 명성황후 역을 맡았다.
김선영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무대에서 신뢰를 주는 배우. 그 존재감과 가창력이 상당해 관객들은 2년간 그녀의 복귀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휴식 이후 그의 선택은 다소 과감했다. 본인조차 "가장 힘든 역할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온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작품 및 캐릭터에 임한 것. 위태로운 삶으로 인해 소용돌이치는 명성황후의 인생을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하는 만큼 무대에 자신을 온전히 쏟아내야 한다.
첫공연 전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김선영은 "힘들고 정서적으로 계속 긴장된 상태로 매 장면이 이뤄져서 사실 괴롭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김선영은 2년만의 복귀작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또 다른 그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괴로운데 괴로운 만큼 또 내 안에서 느껴지는 해갈, 해결 같은 것들이 매일 차더라"며 "그래서 복귀작으로 몸은 힘들지만 배우로서 많이 나를 풀어낼 수 있겠다 싶어서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일을 벗은 김선영의 명성황후는 그의 괴로움이 온전히 묻어난다. 무대에서 그는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연민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받게 한다. '여왕'다운 위엄은 자랑하면서도 더 깊어진 연기력으로 명성황후의 내면을 고스란히 전하기 때문.
가창력 및 존재감이야 말할 것도 없고 특히나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돋보이는 것은 김선영의 연기력이다. 2년간의 공백기 동안 묵혀둔 에너지를 폭발시키듯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다.
자신이 바라는 나라가 되기 전엔 얼굴도 드러내지 않는 왕비,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을 지키면서도 정작 자신을 지켜주는 주변 사람들은 챙기지 못해 늘 괴로워 하는 인생, 그 삶이 끝나고나서야 시원하게 꽃밭 구경 가자고 외칠 수 있는 그의 아픈 삶이 김선영의 연기력을 통해 관객들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연습 기간 동안 그가 느낀 괴로움의 결과물이 이렇게 무대에서 폭발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괴로워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 정도다.
김선영의 묵직한 존재감과 함께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여전히 독보적인 이야기 풀이를 선보인다.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창작극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캐릭터를 부각시켜 몰입도를 높인다.
초, 재연에 이어 고종 역 박영수, 김옥균 역 김도빈, 민영익 역 조풍래, 휘 역 정원영의 연기는 더욱 탄탄해졌고, 선화 역을 맡은 서울예술단 신입단원 이혜수 역시 제 역할을 다한다.
서울예술단의 무용과 위엄 있는 무대 역시 흥미를 높인다. 이들의 무용은 역사를 그대로 담았고, 간결하면서도 웅장한 무대가 군더더기 없다.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시간 150분. 오는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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