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은상 기자] “마지막인데...꼭 봐야지?”
8살 남짓한 꼬마 아이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유니폼을 입고 있다. 고사리 같은 한 손으로는 행여 길을 잃어버릴까 아빠의 손을 꼭 쥐고 있다. 남은 한 손에는 입장권 두 장이 들려있다. 방금 전 암표상이 손에 쥐어 준 50만원 상당(블루석 2장, 정가 8만원)의 티켓 두 장이다.
프로야구 가을 축제인 포스트시즌이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왔다. 팬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팬들은 야구장 입장부터 불청객에 눈살을 찌푸린다.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표를 내미는 암표상들 때문이다.
지난 10일과 11일, 2일에 걸쳐 치러진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연일 전석 매진 행렬을 만들어 뜨거운 가을야구의 분위기를 실감케했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KIA, 2년 만에 잠실서 가을야구를 치르는 LG의 팬들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숱한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표를 구했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잠실구장을 찾았다. 구장 매표소에는 일찌감치 ‘전석 매진’이라는 안내표가 붙어있었지만 팬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다.
암표상들은 이런 팬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든다. 단속 경찰을 피해 팬들에게 접근한 암표상들은 “표 있어요?”라는 한 마디로 흥정을 시작한다. 이들이 주로 공략하는 대상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 그 중에서도 주된 ‘고객(?)’은 어린아이를 대동한 부모들이다.
부모와 흥정을 시작하는 암표상들은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여의치 않자 곧바로 전략을 수정한다. 기다림에 지친 어린 아이에게 표를 보여주는 것이다. 당장 야구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아이는 부모를 조르기 시작한다. 결국, 부모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6배나 비싼 값에 암표를 구입한다.
암표상들의 이런 ‘어두운’ 거래는 매 시즌 반복된다. 경찰들이 현장에 배치되어 있지만 암표상들은 많은 인파 속에 몸을 숨기며 교묘히 단속을 빠져나간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거래 자체를 없애는 방법인데 이 또한 쉽지 않다. 현재 포스트시즌 티켓 구매는 1인당 4장(5인 이상 테이블석 제외)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암표상들이 단체로 입장권 매수에 나서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제재다.
더 큰 문제는 전문 암표상들뿐만 아니라 일반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이런 어두운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시즌 예매가 시작 된 후 수 시간 뒤면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포스트시즌 티켓 양도’라는 제목의 거래가 수십 개씩 올라온다.
개인사정에 의해 야구장을 찾지 못하는 팬들이 양심적으로 티켓을 양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거래에서는 암표와 다를 바 없는 어두운 거래가 이루어진다.
KBO는 12일 넥센과 LG의 준플레이오프 예매 일정을 밝혔다. 예매 시작은 오후 2시인데 벌써부터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는 ‘준플레이오프 예매’가 오르내리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가을야구는 야구팬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기는 대축제의 장이다. 팬들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서야 할 대축제가 암표라는 불순물에 매년 홍역을 치르고 있다. 매년 나오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으려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진된 잠실구장(상), 잠실구장 중앙매표소(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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