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운드에서 아예 긴장이 되지 않았다."
임정우는 올 시즌 LG가 발굴한 마무리투수다. 67경기서 3승8패28세이브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다. 김세현(넥센, 36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단독 2위를 차지했다. 임정우가 올 시즌 이 정도의 활약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LG의 2년만의 포스트시즌 복귀에 힘을 보탠 주역 중 한 명이다.
임정우는 140km 중, 후반의 패스트볼에 날카로운 커브를 곁들인다. 패스트볼 구위는 150km를 밥 먹듯 넘기는 마무리투수들에 비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커브의 떨어지는 각도와 제구가 리그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다. 커브를 구사하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구속도 빠른 편이고, 스트라이크 존을 찌르는 비중도 높다. 타자가 효율적으로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에는 좌타자들을 상대로 슬라이더까지 활용,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배짱이 돋보인다. 칠 테면 쳐보라는 강심장 기질이 딱 마무리투수 스타일이다. 11일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서 0-0이던 9회초에 등판,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가볍게 봉쇄하며 구원승을 따냈다. 그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5경기만 뛰었던 젊은 투수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임정우는 "너무 긴장하지 않는 것도 좋지 않다. 그런데 긴장을 하려고 해도 아예 되지 않았다. 2013년과 2014년 포스트시즌 경기보다 더욱 긴장이 되지 않았다. KIA를 상대로 자신감이 있었다. 과감하게 승부했다"라고 털어놨다.
시즌 막판 슬라이더 비중을 높인 건 어떻게 봐야 할까. 패스트볼+커브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임정우는 냉정하게 판단했다. "어차피 타자들이 변화구, 특히 커브를 많이 던지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타자들에게 치라고 커브를 던지는 것이다. 그래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커브에 자신감이 떨어져서 슬라이더를 던지는 건 아니라는 뜻. 오히려 그는 "매일 커브 제구가 잘 되는 건 아니다. 불펜 연습투구와 마운드 실전 투구는 또 다르다. 실전서 던져보면서 커브 제구가 좋지 않으면 슬라이더 비중을 높이는 편"이라고 했다. 철저히 실리를 따른다. 마무리투수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냉정한 마인드다.
물론 임정우도 풀타임 마무리를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어봤다. "시즌 중반 힘으로만 던지려고 하다 좋지 않을 때가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잘 나가다 6월 5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11.10으로 좋지 않았다. 그는 "마무리투수라서 무조건 더 강하게 윽박지르려고만 했다"라고 돌아봤다. 임정우는 "마무리는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강한 자신감과 냉정함은 다르다. 임정우는 강심장 마인드를 유지하되, 실전서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실리를 추구하려고 한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거의 없는 투수답지 않다.
LG 불펜은 김지용, 베테랑 이동현,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가세한 윤지웅, 임찬규 등이 힘을 보태야 한다. 기본적인 구성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불안정성도 갖고 있다. 마무리 임정우는 이런 부분을 상쇄시켜주면서 LG 불펜의 전체적인 힘을 강화시키는 촉매제와도 같은 존재다. 임정우가 강심장을 발휘하는 횟수가 늘어난다면. LG가 포스트시즌서 승승장구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임정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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