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별종'이라 손가락질 받던 아이들, 그들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영화 '비틀쥬스', '가위손', '혹성탈출', '빅피쉬',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신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을 연출한 SF 거장 팀 버튼 감독의 신작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국내에서 장기흥행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 여전히 국내에서는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고 있고 N차 관람 열풍까지 이어지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는 중이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원작소설의 느낌을 고스란히 잘 살린 가운데, 팀 버튼 특유의 영상미와 은유적인 표현들이 담긴 수작이다. 제이크(에이사 버터필드)는 아버지보다 할아버지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다며 대화를 단절한다. 어릴 적 "옛날 옛적에"라고 시작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제이크가 이미 외울 정도로 들었던 내용이었지만 세대를 넘어선 두 사람의 연결고리였다.
제이크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단서를 쫓던 중 우연히 루프를 발견, 시간의 문을 통과해 어린이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어린이집은 미스 페레그린(에바 그린)과 다양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사는 곳이었는데, 1943년 9월 3일 독일군의 공습으로 이미 폭발한 곳이었다. 미스 페레그린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매일 오후 9시마다, 포탄이 떨어지기 직전 시간을 되돌려, 같은 24시간을 또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아이들'일 수밖에 없다. 팀 버튼 감독의 쓸쓸했던 유년시절이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 천진난만하고 친절한 아이들로 표현된 시선은 따뜻하고 다정하다.
날아다니는 새로 변신하며 타임루프를 만드는 미스 페레그린을 시작으로 공기를 다룰 수 있는 엠마, 불을 다루는 올리브, 심장을 만드는 에녹, 힘이 장사인 브론윈, 식물을 순식간에 자라게 하는 피오나, 눈을 마주치면 돌로 변하게 하는 쌍둥이들. 기괴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제이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영화를 보며 이들을 이상하게 여기는 관객들마저 매료시키는 귀여움으로 무장한 아이들이다.
제이크는 "난 아무런 특별한 능력이 없는 걸"이라고 말하지만, 그곳의 아이들은 "특별한 능력이 없다면 이 곳에 들어올 수 없어"라며 그에게도 능력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결국 제이크에게도 그만이 가진 능력이 있었고, 아이들을 위협하는 할로게스트 무리에 맞서 싸운다.
제이크는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가 아이들을 만나 위기를 함께 헤쳐가고 웃고 떠드는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뤄, 따뜻함이 감돈다. 분명 장르적으로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색채이지만, 그 안에서 표현된 팀 버튼만의 시선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안긴다.
아이들은 미스 페레그린의 보호 속에 살아가지만, 페레그린의 부재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한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왔던 아이들이 위기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가운데 몸에 상처가 나고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황에 직면하지만 진흙길을 넘어선 그들에게 '성장'이라는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엠마는 "우리 스스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 이제 미스 페레그린을 기다리면서 살아갈거야"라고 말하고 미스 페레그린은 인간이 아닌 새로서 그들의 주변을 맴돈다. 이때 팀버튼의 시선이 페레그린의 관점에서 조감하는데, 127분간 가슴 졸이며 그들의 아름다운 성장을 아이들을 지켜본 관객들의 시선과 일치한다.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포스터·스틸.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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